(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세(銀行稅) 도입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둘러싼 국내 이해 관계자들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2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세가 도입되면 바로 직격탄을 맞게 될 시중 은행들은 은행세 도입에 반발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은행세란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을 말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담한 구제금융을 회수하고 은행의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은행세가 도입되면 은행들이 내야 할 세금은 지금보다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은행세 유형이 ‘금융안정분담금’이라는 점은 시중은행들이 은행세 도입에 더욱 반발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안정분담금’이란 금융회사별로 자산 또는 부채에 일정한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의 은행세로 미국 등 주요국들이 가장 많이 도입하거나 검토 중인 은행세 유형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자산 규모 5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금융기관에 한해 10년에 걸쳐 부채부문에 대해 연 0.15%의 세율로 총 900억 달러에서 1170억 달러 규모의 은행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고, 지난해 10월부터 은행세를 시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도 주로 부채에 해당하는 부문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우리나라 국내 은행들의 총 대외채무는 1036억9700만 달러이고 이 중 1년 만기 이하 단기채무는 432억3900만 달러이다.
같은 기간 외국은행 한국 지점들의 총 대외채무는 772억100만 달러이고 이 중 1년 만기 이하 단기채무는 719억1600만 달러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안정분담금’이 도입되면 시중 은행들이 내야 할 세금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세 도입은 아무래도 은행들에 부담”이라며 “은행세를 도입하더라도 시중 은행들은 단기 부채에만 부과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은행세 도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은행세 도입에 대해 엇갈리고 있는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데다 은행세 도입에 대해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은행세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최소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진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은행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세를 도입하면 △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점으로 여겨지는 잦은 외자 유·출입 제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세 도입을 지지하기도 어렵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부채부문에 대해 과세하는 미국식 은행세 부과방식은 은행 간 인수·합병을 통해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구상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세를 도입하면 은행들이 은행세 부과분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하거나 서민금융에 사용될 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세에 대해 정부의 정해진 입장은 없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leekhy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