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에서 개최된 ‘소노마 국제영화제’에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곧 닥친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다.
특이점이란 지수함수적인 가속도로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를 인간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게 되어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는 지 알 수 없게 되는 시점을 말한다.
커즈와일의 주장에 의하면 그때가 되면 가는 곳마다 인간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으며 나노기술이 아닌 것이 없게 되고 사람이 죽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한다. 생명이 매 3개월마다 1년 정도씩 연장된다고 하니 영원히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특히 앞으로 약 15년 후만 되면 생명기술이 발전하게 되어 매년 1년 정도씩 생명이 길어지는 효과를 갖게 된다고 한다. 2030년 이후가 되면 생명이 영원해 질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에 물리적으로 정보기기나 다른 기술장치들을 삽입하게 된다고 한다. 즉, 인류가 생물학적으로 부여된 한계를 인간의 기술로서 극복하게 된다는 의미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스 박사가 ‘우주의 기원’이란 주제로 강연한 내용 중에 인류의 진화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인간의 DNA는 약 30억 개의 핵산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고정된 서열을 이루고 단지 1억 비트 정도의 정보만이 유전적으로 관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류가 유인원으로부터 현대인까지 진화하는 동안 DNA 변화량은 약 1~2백만 비트정도에 그쳤는데 반해 진화에 소요된 시간은 5~6백만 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즉, 인류가 유인원으로부터 현대인으로 생물학적으로 진화해 온 속도는 연간 1비트의 변화보다도 더 느린 속도라는 것이다.
반면에 인류는 선사시대 이후로 문자정보를 축적해 왔는데 그 양을 국립도서관 안의 장서량으로 간주한다면 약 5백만 권의 서적으로 권당 약 2백만 비트로 계산하면 총 10조 비트 이상의 정보량이다.
이 지식정보의 양은 DNA정보의 약 10만 배에 해당하니 지식정보에 의한 인류의 학습효과를 진화로 인식한다면 인류는 연간 수백만 비트의 속도로 학습 진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은 유인원으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적인 진화를 거듭하지만 그 진화의 핵심은 생물학적 진화보다도 학습 진화가 매우 크게 작용해 왔다는 것을 웅변한다.
더욱이 매년 신규로 발생하는 정보의 양은 갈수록 늘어만 가니 인류의 학습 진화는 계속 가속될 전망이다. 호킹스 박사는 과학기술의 수준이 이젠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지적하며 초창기에는 유전자 조작이 유전병 치료에 쓰이겠지만 언젠가는 인간의 유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수정하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때가 되면 인간은 스스로 유전자를 변형시켜 인간의 의도한대로 진화를 촉진하는 자기설계진화(self-designed evolution)를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 쯤 되면 인간 두뇌의 1,000배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1,000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미 인간의 두뇌처리과정을 역설계하여서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가 등장하게 된다고 한다. 인간 지능의 불가사의한 패턴인식 능력과 컴퓨터 기계지능속도, 기억력, 지식체계가 접목하게 되는 무생물 지능 결합시대가 오게 될 것이란다. 무생물 지능은 지수함수 적으로 계속 성장하게 될 것이므로 언젠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수준에 쉽게 도달할 것이란다.
2045년 쯤 되면 무생물 지능이 오늘날 인간지능의 10억 배 만큼 강력한 수준에 이르게 되는 데 그때가 되면 기술의 진보가 너무도 빨라서 그 변화의 정도조차도 현재의 두뇌 수준으로는 도저히 추종하지 못하게 되니 이를 특이점 현상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블랙홀을 보지 못한 채 개념적으로 이해하듯이 다가올 미래를 그저 추측해 볼 뿐 생물학적인 두뇌 수준으로는 미래의 인류사회를 가름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생물학적인 인간의 한계를 넘는 초월적 능력을 보유한 신인류의 등장도 예상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학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인간의 질병은 사라지겠지만 구태여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재설계할 능력이나 동기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강하다. 인류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의 특성이나, 신체의 이미지 등을 해치는 생물학적 파괴 행위를 윤리적으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