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트렌드 브리핑]지식의 빈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5-04 14: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식의 빈곤을 절실하게 느낀다.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출국 전 공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뜬금없이 ‘지식이 빈곤해서 고통스럽다’는 속엣 말을 해서 화제다.

윤 장관은 이어 “아시아인들이 세계의 진운(進運)에서 왜 뒤쳐졌겠느냐”며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노력이 모자랐기 때문 아니겠느냐. 정말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오는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앞서 각종 이슈를 조율하느라 수많은 외국 관료와 전문가들을 만나며 느낀 소회라고 한다. 

‘산화한 천안함 장병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고 안보에 구멍이 뚫려 고통스럽다’는 안보 관계자의 말인 것도 같아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한 게 마음에 와 닿는다. 

기회재정부 웹사이트에 일주일에도 몇 차례 각종 자리에서 한 연설문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윤 장관의 발언들은 대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시대적 트렌드 성찰을 통한 미래 먹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위안화 절상 이슈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조짐과 미국의 금융규제 움직임에 따른 금융 시장 변동 가능성에 대해 대외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5%인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걱정했다. 또 ‘진화의 시대가 가고 혁명의 시대가 왔다’는 미국 경영학자 개리 헤멀의 말을 인용하며 도요타의 위기와 구글 및 아이폰의 성공 사례를 비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경제가 놓인 대내외적 위기를 정확히 알고 창의적으로 도전하며 기회를 만들어야만 글로벌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다. 한마디 한마디 모두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만한 혜안이자 통찰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윤 장관은 당대의 아이돌(Idol)들이 선망하는 최고 학부, 서울 법대를 나오고 미국 유학파에 행정고시 출신으로 6개 정권을 옮겨가며 공직의 본분을 다하다가 그 분야 최고위직까지 오른 엘리트다. 1986년 재무부 이재국 은행과장을 시작으로 ‘금융실명제’를 총지휘하는 단장을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 내내 2선에 머물다가 2004년 금융감독원장으로 컴백, 2009년 장관에 올랐으니 자본과 금융, 실물 경제 트렌드에 대한 지식이 몸에 배어 있을 게 틀림없는 고급 지식인이다.
 

그런 그가 어째서 커밍아웃하듯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부끄러움도 무릅쓴 고백을 했을까?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니.
 

한 달여 전이었을까? 나는 TV에서 중계한 한 포럼 자리에서 그가 고개를 숙여 단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왠지 영 자신 없는 투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옛 속담과 유명 석학들의 금언도 인용하며 약간 감정이 섞인 호소조의 연설이었다. 
 

그때 나는 그의 표정에서 언뜻 스쳐 지나가는 자괴감을 봤다. 어딘지 장관의 연설 태도로는 유약한 듯싶어 혀를 차면서도 ‘일자리 창출과 출구전략’ 등 쉽지 않은 이슈의 한복판이라 그러려니 했다.

나는 그가 ‘지식의 빈곤’을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