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휴렛팩커드(HP)는 미국 스탠퍼드 공대 동기생인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가 1939년 허름한 차고에서 설립, 세계 최대 PC 메이커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에 내세웠던 무선계측기 기술을 기반으로 1960년대 컴퓨터시장에 뛰어들면서 19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으로 거듭났다. 2002년에는 경쟁사인 컴팩을 인수해 몸집을 키워 포춘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3년 연속 업계 1위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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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1년간 주가 추이(미국 뉴욕증시 기준·달러, 출처:CNN머니) |
그러나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로 PC 수요가 급감하면서 HP 역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3.2% 줄었고 순이익은 8% 감소했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문에서는 IBM, 기업용 하드웨어 판매부문에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한 오라클이 뒤쫓고 있다.
HP는 최근 12억달러에 스마트폰 제조업체 팜(Palm)을 인수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가 장악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HP는 지난해 스마트폰 '아이팩(IPAQ)'을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HP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력절감 기술 등과 관련해 팜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활용해 경쟁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존 루빈스타인 팜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HP에 잔류해 스마트폰 진출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그는 10년 이상 애플의 하드웨어 사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HP가 아이폰에 필적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루빈스타인은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개발을 이끈 것은 물론 스피커와 충전기, 백업 배터리 등 다양한 액세서리시장도 집중 공략해 아이팟 관련 매출을 매년 10억 달러 이상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P는 팜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용 웹운영체제(OS)에 대한 특허권리도 확보하게 돼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자책리더기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두루 확보하게 됐다.
HP는 아마존의 킨들이나 애플의 아이패드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P가 개발 중인 차세대 인터넷활용 제품에 팜의 웹OS를 다운로드하게 되면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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