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이준혁 기자) "입주 시작 9개월째지만 입주율은 여전히 40%대에 머물고 있어요. 경기가 워낙 안 좋은 데다 중대형으로 구성된 탓이지요. 미분양도 꽤 되는데 분양가의 15%를 할인해도 안 팔리네요."
5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D아파트단지 앞. 단지내 상가 1층에 문을 연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섭씨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에도 꼭꼭 닫혀진 아파트 창문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꺼진 아파트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해 금융규제 강화 이후 주택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매매가까지 추락하면서 입주를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5일 업계 및 현지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ㆍ광명 등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서울권에서도 미입주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D 아파트.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1290가구 가운데 400여 가구만이 입주를 마친 상태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매매시장이 워낙 침체된 데다 전 세대가 40평형대 이상의 대형 평형이다 보니 매매도 전세도 수요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상현동 H아파트도 입주 6개월째를 맞았지만 입주율은 80%대에 머물고 있다. 당초 분양가가 워낙 높았던 데다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보이면서 입주자들의 불만도 치솟고 있다.
광명시에서도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입주를 미루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철산주공 2ㆍ3단지와 하안주공 1ㆍ2단지가 재건축해 도합 7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형성됐다. 단지별로 지난 11월부터 올해 4월 사이에 입주기간이 지정됐으나 현재 입주율은 80% 전후다. 하지만 '실질 입주율'은 80%에 미치지 못함이 역력했다.
P공인 관계자는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릴 것을 예상하고 계약한 경우, 최근 집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입주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사람이야말로 실수요자인데 기존 집이 빠지지 않으니 입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서울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초 입주가 지지부진 했던 은평뉴타운도 입주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뉴타운 2지구 BㆍC공구의 D아파트는 지난 3월까지가 입주기간이었으나 현재 입주율은 7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대형은 입주율이 30% 정도의 저조한 수준이라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주율과 비교해 실제 입주율은 더욱 낮다"며 "열쇠만 찾아가고 실제 입주를 미룬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kye30901·leej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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