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은정·김병용·변해정·이미경기자) 최근 구리ㆍ니켈ㆍ주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9일 조달청에 따르면 2월 초 t당 6242달러였던 구리는 지난달 29일 기준 7411달러로 18.7% 급등했다. 주석은 같은 기간 t당 1만4950달러에서 1만8100달러로 상승했다. 니켈 가격도 t당 1만7035달러에서 2만5450달러로 49.4% 올랐다.
철광석과 유연탄이 주원료인 철강재 가격도 잇따라 인상됐다. 포스코ㆍ현대제철ㆍ동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열연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ㆍ조선ㆍ건설전자산업 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철강재 가격 인상에 가장 힘들어 하는 곳은 조선사들이다. 선박 건조비용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조선가가 최고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 인상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건설업체들도 긴장하기는 매한가지다. 전체 비용 중 자재비는 15~20%을 차지한다. 그 가운데 철강재가 10% 안팎을 차지고 있어 수익성 악화를 염려하는 눈치다.
이에 반해 자동차와 가전 산업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주요 고객인 업종 특성상 원가 상승 요인을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 비용 중 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정도"라며 "일단 회사가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은 추가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감내해야 하지만 철강재 가격 상승 폭이 높으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추이 |
가전제품 중에서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이 후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도 원자재가격 상승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일단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가 급등에 따른 원료(납사) 가격 상승은 50%를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석유화학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원료가격의 오름세로 부담이 되도 수요가 받쳐주면 큰 부담으로 가지않는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서 50% 정도 수요를 하고 있고 나머지는 동남아와 브릭스에서 꾸준한 수요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는 원자재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대기업에서 납품단가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 냉각기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구리가격이 연초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주문이 늘어도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경기가 지난해 12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 시점은 더 이상은 올라가지 않고 정체상태로 봐야한다. 현재 경기회복 상승 추세는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기저 효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는 정도에서 원자재 가격 폭등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덧붙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1402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최대 경영애로로 응답 업체 53.6%가 '원자재 가격상승' 꼽았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부터 최대 경영애로로 꼽은 '내수부진'(50.6%)보다 높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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