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터치미디어 펑휘쭝 회장 |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택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앞 좌석 의자 머리받이 뒤에 부착된 스크린 광고판이 바로 그것.
뒷 자석에 앉은 승객은 이동 중 자연스럽게 TV광고를 보듯 스크린 광고를 보게 된다.
이 택시 스크린 광고계를 장악한 사나이가 있다. 바로 터치미디어(觸動傳媒·Touchmedia)의 펑휘쭝(馮暉中·Micky Fung) 회장이다.
택시 스크린 광고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한 터치미디어는 경쟁업체의 모방과 추월시도에도 늘 선두를 달린다. 항상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 새로운 모델을 시장에 내놓기 때문.
터치미디어는 작년 한해 매출액만 150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노키아ㆍ 코카콜라ㆍ 맥도날드 등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펑 회장의 주 고객이다.
터치미디어는 펑휘쭝 회장이 고국으로 귀국해 맨손으로 일궈낸 중국 뉴미디어 전문광고업체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지역에서 2만3000대가 넘는 중국 택시에 스크린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상하이 택시 3대 중 1대에 터치미디어의 스크린 광고가 있는 셈이다.
펑 회장은 원래 중국어 한 마디 하지 못했던 미국 화교였다. 홍콩에서 태어나 여덟살 때 가족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에 건너갔던 것. 당시 재봉틀 수선공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봉재공장을 운영해 뉴욕 차이나타운 최고의 자산가가 됐다. 아버지 밑에서 펑 회장은 사업을 배우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그는 돌연 중국 행을 결정했다. 이미 미국 사람이 다 되어버린 펑 회장에게 중국은 낯선 타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성공을 지켜 본 펑 회장은 중국에서 독자적인 미디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펑 회장은 1998년 라스베가스 택시안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택시 뒷 좌석에는 트렁크 속 DVD플레이어와 연결된 모니터가 있었죠. 저는 그걸 보며 ‘바로 이거야’를 외쳤어요”.
아이디어를 얻은 펑 회장은 기존의 DVD 모니터 광고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획기적인 아이템을 개발했다.
마치 대형 PDA같은 스크린을 통해 택시에 탄 승객이 게임오락에서부터 까페·맛집·쇼핑·티켓예약 정보 검색까지 스크린 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던 것.
그는 승객의 평균 이용수와 이용시간 등 승객의 반응을 일일이 체크해 이를 광고서비스 개발에 십분 활용했다. 터치미디어는 펑 회장의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노력하는 그에게 행운도 따랐다. ‘상하이엑스포’라는 거대한 기회가 다가온 것.
터치미디어는 뉴미디어의 쌍방향 서비스 특징을 살린 광고를 통해 엑스포를 홍보했다. 또한 택시 스크린을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53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응답을 얻어내는 등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엑스포 개막 후 현재까지 터치미디어의 엑스포 뉴스를 보며 간접광고에 노출된 인원수만 해도 2억명이 넘는다.
탁월한 사업 성과를 인정 받아 올해 2월, 터치미디어는 ‘2010년 상하이엑스포 우수 홍보기업’으로 선정됐다. 얼마 전에는 ‘2010년 뫼비우스 국제광고제’에서 레오버넷 등 세계 유수 광고업체와 겨루어 중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세 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펑 회장은 중국이 결코 황금알을 ‘쉽게’ 낳은 거위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은 거대한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과 각종 규제로 한 순간에 돈을 몽땅 날려버릴 수도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시장을 코끼리에 비유했다.
“사람은 코끼리 옆에서 나란히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코끼리 앞이나 혹은 뒤에서 뛰면 밟히거나 차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는 중국 시장과의 조화로운 발전을 강조했다.
향후 펑 회장은 시나닷컴 등 다른 중국 인터넷 기업처럼 내년 뉴욕증시 상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가 뉴스위크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현재 전 세계 미디어업계는 사상 최대 불황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매년 8%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예외”라면서 “이것이 뉴욕증시 상장가격 책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펑 회장은 “얼마 전 라스베가스 카지노 업계에서도 사업 제의가 들어왔다”며 “앞으로 터치미디어는 전 세계로 비즈니스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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