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기자) 미술 시장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움츠러들었던 미술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화랑가에서도 인기ㆍ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소유한 기업미술관들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반 관람객들을 고급미술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미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미술관을 소개한다.
(3)스페이스 씨(Space C)
'스페이스 씨'에서 C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이지선 학예연구사는 "코리아나(Coreana)의 C도 되지만 컬처(Culture)를 뜻한다"고 말한다.
스페이스 씨는 관람객이 여러가지 체험을 통해 우리나라의 화장(化粧)문화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박물관이 일방적으로 작품을 늘어놓고 관람객은 보고만 가는 '일방통행'식 공간을 지양한다.
한 건물에 코리아나 미술관(지하)과 코리아나 화장품 박물관(지상)이 함께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전시공간과 카페가 결합된 국내 최초의 '뮤지엄 카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최정화 아트디렉터가 카페 인테리어를 비롯해 테이블과 의자, 조명과 간판 등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연출했다.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소파와 자개로 만들어진 원색의 테이블은 관람객들을 문화와 휴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방문객들은 작품 위에 앉거나 기대며 커피를 마시는 등 휴식과 작품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화장박물관이다. 1979년 태평양이 설립한 '디 아모레 뮤지엄'도 화장문화와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차(茶)문화 분야에 보다 주력하고 있다. 해외 유수 화장품 관계자들이 직접 스페이스 씨를 방문할 정도로 화장품 분야 전시에서는 스페이스 씨가 단연 최고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개수면에서도 독보적이지만, 스페이스 씨는 전통천연화장재료와 제조도구를 함께 전시해 과거 화장품의 제조 방법 및 역사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했다.
실제로 스페이스 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1916년 생산)인 '박가분'을 두개나 소장하고 있다. 현재 5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가분은 태평양, 국립민속박물관, 개인 소장가가 각각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그 누구보다 코리아나 화장품의 창업자인 유상옥 회장의 공로가 크다. 그는 산업계에서 컬렉터(Collector)회장으로 통한다.
신입사원때부터 지난 40년간 모은 소장품만 5300여 점. 그 가운데 화장도구를 비롯해 화장용기, 장신구 및 생활문화에 관련된 유물 300여 점을 스페이스 씨에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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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씨 5층 전시실. 화장구 및 장신구, 규중칠우와 남녀 의복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페이스 씨) |
이지선 학예연구사는 "유 회장은 신입사원때부터 소장품을 모으기 시작했다"며 "원래 그림을 수집하다가 화장품 및 생활문화 관련 작품의 높은 가치를 알고 눈을 돌렸다"고 전했다.
스페이스 씨는 유치원생 및 청소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박물관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참가자가 실제로 곡물을 맷돌에 갈고 기름을 섞어 만든 화장품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중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미용관련 학과나 화장품 회사 관계자들도 참가한다.
한편 스페이스 씨는 오는 10월 30일까지 '모자의 나라 조선' 기획전을 열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다양한 우리나라 모자를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조망한다. 문의 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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