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아주경제 김유경, 권영은 기자)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환율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책 또는 민간의 연구기관에서는 올해 환율을 1100원대 안팎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뛰어넘는 '품질한국'의 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경제의 한계는 여전하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중소 수출기업들이 줄도산한 바 있다. 환율이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기업도 존재한다. 불안정한 대외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환율은 요동친다. 원화는 아직 안전자산이 아니다.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본지는 서영백 경제부장의 사회로 손영기 대한상의 거시경제팀장,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이상 가나다順)과 함께 환율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는 지난 1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뤄졌다.
1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본지 서영백 경제부장의 사회로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 손영기 대한상의 거시경제팀장(왼쪽부터)이 '환율좌담회'를 가지고 있다. | ||
-앞으로 환율 전망은.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이하 오)="해외에서는 1000원까지는 간다고 본다. 단순히 적정환율은 의미가 없다. 해외에서 보는 환율은 항상 지금보다 아래고 국내에서 보면 지금 환율보다 늘 위다. 중요한 건 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낙관론이 계속되는 한 원화절상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1100원 수준의 환율이 고평가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원화가 약세 아닌가. 지금 수준에서 해외투자자에게 원화가 고평가됐다고 말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거시경제팀장(이하 손)="원·달러 환율은 하향안정추세로 간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괜찮기 때문에 힘을 받을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세자릿수로 가기에는 아직 변수가 많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면 환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지금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로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마냥 내려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은 1100원을 마지노선 환율로 보고 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이하 허)="유가와 조선업계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하반기 경제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고 올 하반기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볼 때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봐야한다. 연초에 우리 연구소에서 적정 환율에 대해 얘기했는데, 1070원이었다. 하반기에는 이 선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안)="2008년도에 계량분석한 결과 환율이 상승하면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있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서비스수지 적자, 특히 여행수지가 문제다. 환율이 내려가면 서비스적자가 더 많아져 경상수지에 압박이 될 것이다. 지나치게 고환율로 가면 안된다. 하반기 환율 변수는 경기부양이 가장 큰 관심사인 정부의 개입의지다. 경기부양은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는데 아직 수출 물량은 과거에 비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걸 커버하는 것이 환율이다. 환율 하락이 빠르면 결국 외환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수출물량 증대효과보다 환율 하락속도가 더 크다. 때문에 1100원선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율 하락세가 대세로 굳어져가는데 우리 기업들은 어떤 준비 해야 하나.
▲안="지금 환율하락이 대세라면 기업으로서는 적어도 1000원선까지는 대비해야 한다. 외환당국이 개입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위기 이후 벌써 2년이 지났다. 위기 이전의 환율 900원대가 비정상이었다. 1000원대까지는 생각해서 그에 맞는 경영전략을 지금부터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손="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이 연구 개발(R&D), 생산성 향상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환율이 더 떨어지더라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이기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자유무역주의 활성화를 꾸준히 제안해야 한다. 보호주의가 되면 우리나라는 설 땅이 줄어든다. 특히 한·중 간 환율 및 통상 마찰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기회복기에는 환율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오="과도하다 싶으면 과거 외환당국이 900원대에서 막았던 것처럼 세게 막고 중간중간 스무딩 오퍼레이션하면 된다. 그냥 놔두면 된다고들 그러는데 한국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대만·싱가포르만 해도 한국보다 환율 변동성이 작다. 한국만큼 수출의존도가 높으면서 환율 변동성도 높은 나라는 없다. 어차피 변동성이 크면 저환율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다. IMF나 미국도 이 정도 개입은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 같다. 또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 홍보를 강화해 환율 절상 압력을 낮추는 등 개입강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손="기업 입장에서 보면 환율이 너무 급변동하면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막아달라는 입장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구두개입 등을 할 수 있겠지만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단기외채를 조절하는 등의 관리도 해야 한다. 그래야 구두개입도 힘을 받는다."
-향후 출구전략에 환율도 고려해야 하나.
▲허="원화는 비기축통화로서 경상수지와 경제의 펀더멘털, 글로벌 달러 시세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할 때 기준금리 인상시 환율이 얽매이면 곤란하다. 지금은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일단 출구전략 시기가 연기된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 볼 때는 성숙되지 않았나. 한국은행도 사실상 인정했다."
▲손="출구전략은 하긴 해야겠지만 그 시기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지금 출구전략을 실시한 나라들은 호주·이스라엘·인도 등으로 우리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미국이나 유로·일본·중국은 아직 안했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은 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해외 자본이 유입될 개연성이 있다. 수급불균형이 생기면서 환율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에서도 금리인상만 안했을 뿐 유동성 회수 등 이미 출구전략을 단행한 측면이 있다."
▲안="지금 당장 출구전략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리의 가격기능을 상실한 부작용이 있다. 금리는 각 기업들에 어떻게 하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또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때 금리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15개월째 동결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손="절상을 하지 않고서는 중국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중간의 무역불균형에 대한 미국의 조정 압력이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출을 중요시하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기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허="국제통화 중에서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러와 위안화가 유이하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까지는 상관관계가 높았으나 2009년 초반까지는 떨어졌다. 최근들어 다시 오르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위기 때 원화가 워낙 약세로 돌아선 반면 위안화는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위안화 평가 절상 얘기가 나오면 원화는 쉽게 반응하는 것 같다."
-환율 조정을 둘러싼 G2의 갈등에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허="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주목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대외적으로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 국가라고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 있다. IMF는 현재 환율 1100원선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으로 이게 어떻게 유지되느냐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안="환율 하락에 대해 외환 당국자가 발언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장관급이 그런 말을 하면 외국은 개입이라고 본다. 환율 발언은 절제해야 한다. 물론 속도조절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불필요한 발언이다."
-최근의 유로화 약세는 어떻게 봐야 하나.
▲오="향후 유로화 환율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지만 향후 2~3년간은 원·유로 환율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앞으로 '유로화 약세 시대'에 기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와 환율 전망은 새롭게 등장하는 과제다. '벤츠가 그랜저보다 싸질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그런 시나리오도 생각해 봐야 한다. 어차피 한국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으니까."
▲안="우리는 달러·엔·유로화에 다 약세니까 그만큼 힘들어진다. 게다가 유럽의 재정위기가 해소되려면 앞으로 몇 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볼 때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응해 우리 기업은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현지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현지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환리스크 관리도 잘 해야 한다."
▲허="우리 연구소에서 유로화가 약세일 때 한국·중국·미국·일본을 모델로 비교해보니까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왔다. 당황스런 결과였다. 모델 안에서만 그렇게 나왔을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유로화 약세의 피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은 아닐 것 같다. 유럽이 중국과 경쟁하는 품목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유럽으로 직접 수출하는 비중도 크고 중국을 통해 우회수출도 많이 한다. 결국 우리나라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유로화 약세가 우리한테 좋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손="유로화가 약세면 선박이나 플랜트, 발전소 등에서 우리가 불리해진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힘들어질 것 같다. 유럽 자체 시장도 안좋아지면서 대(對)유럽 수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기에는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가 우려돼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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