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시장의 지나친 마케팅 경쟁을 막고 이를 통해 절감된 마케팅비를 기술개발 등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초강수를 띄웠다.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스스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업체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자 행정지도 차원에서 마케팅비 제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통신사의 마케팅비를 유무선 서비스를 구분해 총 매출액 대비 22%로 제한하고, 마케팅비 총액 한도 내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는 유무선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요금조정(인하)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마케팅비 제한을 통해 올해 통신업계에서 약 1조원의 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방통위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은 통신사들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 일부 사업자의 반발로 인해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마케팅비를 제한하는 것이 자칫 특정사업자에게만 유리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신사 CEO들이 약속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마케팅비 제한에 따른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이 없어 보인다.
단순 논리로 통신사들의 마케팅비를 아껴 이를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라는 식의 '탁상행정'에 그칠 수 있다.
유무선 서비스를 구분해 마케팅비를 제한하는 것은 무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1위를 지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통신사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서비스의 예상 마케팅비는 SK텔레콤 2조6600억원, KT 1조4700억원, LG텔레콤 9100억원 수준이다.
KT와 LG텔레콤을 합쳐도 SK텔레콤의 마케팅비를 넘지 못한다. 결국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고착화되는 현상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KT는 그동안 마케팅비 제한에 있어 유무선 구분을 없애거나 스마트폰을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KT는 특정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스마트폰·와이브로·인터넷TV 등 정책적 전략사업을 위한 마케팅비 확보가 어려워 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매 분기별로 통신사업자별 마케팅비 집행 실적을 공표할 계획이다.
내달 중에는 통신사를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하반기 중 대대적인 사실조사에 나서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및 경품 등 불법 마케팅 등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KT가 무선시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끝까지 반발할 경우 가이드라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가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비 산정은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방통위가 통신업계의 마케팅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통신시장에서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양질의 서비스 경쟁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마케팅비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자 스스로 질적 경쟁을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방통위도 강제적인 마케팅비 제한이 아니라 업계 스스로 경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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