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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Googled)'는 '구글의 지배'를 뜻하는 신조어다. 켄 올레타(Ken Auletta)라는 미국 칼럼니스트가 만든 말이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구글되다, 구글하다, 구글 당하다 등 자동사·타동사·피동사가 다 되는 자유로운 조어인데, 기존의 문법 틀을 운운하는 건 무의미하다.
영문법을 가볍게 무시한 이 용어의 진정한 뜻은 '구글(의 창업자나 직원 및 매니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권장되고 찬양되는 현재 진행형인 사회 현상 또는 행태' 쯤 되겠다.
이 생뚱맞은 신조어가 왜 화제가 되느냐?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업 중에 겨우 햇병아리인 한 미국 기업의 이름에 불과한데 어째서 너도 나도 이 신조어에 주목해야 하느냐? 참으로 미스터리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구글드-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의 저자인 켄 올레타는 그 첫 번째 이유가 구글이 미디어 광고 시장을 거의 독식하듯 남김없이 빨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구글은 2008년 미국 방송사인 NBC ABC CBS FOXTV CW 등 기존 미디어 공룡들의 광고 매출액 합계마저 완전히 깔아뭉갰다. 기존 미디어들이 지상파-케이블-신문-통신-콘텐츠 회사를 합병하며 효과 측정도 불투명한 낡은 광고의 단가 유지 전략을 구사하는 동안 구글은 광고도 검색 정보의 일종이라는 심플한 생각으로 그저 사용자 웹사이트에 흘러 다니게 내버려 뒀다.
그리고 측정 가능한 광고 클릭 수에 따라 이익을 분배해주었다. 그게 '잭폿'이었다. 솔솔 거둬들이는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빅5의 매출액을 합한 것 보다 더 많게 됐다. 구글은 미디어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태풍의 눈이고 여기에 구글드라는 이름을 세례명처럼 부여하며 '구글의 지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두 번째 이유는 광고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젊디젊은 창업자들이 솔선하여 재테크 대신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집어 삼키는 데 거의 전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글의 2만여 직원 중 70% 정도가 엔지니어인데, 이들은 하루 종일 세상에 없는 새롭고 혁신적인 웹 콘텐츠를 발명하고 수집하고 연구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이들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연봉에 음식, 헬스, 근무시간, 여가, 휴가 등 근로복지 분야에서 만큼은 최상급 수준을 누리는 이유다.
구글은 회사가 아니라 세계 각지의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거대한 대학원 캠퍼스라고 한다. 기존의 질서와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은 무조건 대환영이며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사용자들에게 이익과 보탬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과학적, 실증적 데이터로 엄격히 검증돼야만 한다. 이른바 엔지니어 마인드 우선 풍조다.
G 메일, 구글어스(Google Earth), 구글맵(Goole Map), 구글뉴스(Google News), 구글독스(Google Docs), 구글유니버스(Google Universe) 등 놀라운 웹 발명품들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웹 발명품들은 눈 앞의 수익성만 추구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들이다. 하지만 구글은 해냈고 구글이 해낸 일과 그 일이 세상에 미친 파급효과에 대해 사람들은 마땅히 '구글드'라는 감탄사를 토해낼 만한 상황이다.
구글드는 일종의 세계관이자 가치관일 수도 있다. 사용자가 원하거나 원할만한 것이면 돈이 되건 안 되건 무조건 한다는 초기업적 이념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두 창업자는 '사악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초창기 구호를 신봉하며 브랜드 가치가 세계 1등인 지금도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광고 판매 행위를 사업화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또 인터넷 사용자의 완전한 자유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중국 공안의 통제를 받느니 차라리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2000만권의 디지털 북(Google Books)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저작권자들의 시비를 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굴면서 '(기술적으로나 자금적으로나) 할 수 있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인데 왜 안 된다고 하느냐'고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거나 듣고도 들은 체 만 체 했던 사람들은 구글은 확실히 특이한 젊은이들이 만든 괴상한 회사로군, 할 것이다. '구글드'도 '요상한 장난질'과 동의어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한마디 하자면 근본이 어딘지 잘 모르겠는 그런 '완고함'은 젊고 사랑스런운 새 애인의 세련되고 섹시한 매력을 감당 못해 퇴짜 맞기 직전인 사람의 마음 상태와 같다. 못난 짓이다.
호되게 퇴짜를 맞아 봐야, 아~ 이래서 70대 노부부가 백년해로 직전에 '결혼은 미친 짓이었어' 고백하는구나, 할 거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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