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은행들이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하고 자금 지원에 나섰던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폐지를 당하면서 은행권의 허술한 기업 평가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잠재력을 지닌 중소기업을 살리고 은행 손실도 줄이기 위해서는 평가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가 3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다.
유예기간 동안은 주식거래가 중지된다. 이에 따라 네오세미테크에 투자했던 7000여명의 소액 주주들은 연일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상장폐지를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업체가 지난해 산업은행의 'KDB 글로벌 스타' 인증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매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유망 중소기업을 'KDB 글로벌 스타'로 선정하고 있다.
해당 업체에는 0.3%포인트의 금리우대와 운영자금 한도 상향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외국환 수수료도 신용등급 'A-' 수준으로 적용받는다.
산업은행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상장폐기 위기로 몰릴 기업을 유망 중소기업으로 뽑아 각종 혜택을 제공해왔던 셈이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지엔텍홀딩스에 운영자금을 대출해줬다가 회사가 도산하면서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달 22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으며 대표이사는 횡령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담보로 잡았던 주식 274만주를 이달 초 주당 30원에 처분했다. 이는 당초 담보 설정 시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운영자금으로 100억원 이상을 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 외에 부동산 담보 등이 있지만 일부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전선용 소재를 만드는 엠비성산에 대출을 해줬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상장폐지 유예기간을 부여받고 지난 12일 거래소에 개선 이행 내역서를 제출한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예기간 중 경영 실적 등을 평가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으로 이달 말까지는 거래 중지가 이어질 수 있다"며 "상장폐지 업체는 기본적으로 재무구조가 열악해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달 이 업체에 대해 대출 상환을 연장하고 신규 구매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패스트트랙(긴급자금지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각광을 받다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라며 "허술하게 기업 평가를 했다가는 은행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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