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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패트롤] 금값 폭등과 남유럽 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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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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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재 온스당 1250달러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음달 중 15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NYT)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 등을 감안할 때 금 가격이 온스당 53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추정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금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발 위기가 다시 찾아오자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금 거래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탓이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재정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다른 남유럽 국가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서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들 국가는 대항해 시대를 열고 전 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한 주역이다.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지원을 받아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선 것이나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꿈꿨던 이유는 모두 동방의 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시아와 신대륙에서 유입된 금이 유럽 전역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남유럽 국가들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16세기 전 유럽을 호령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약탈해 온 금이 없었다면 그 위용을 자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최근 금 가격 폭등을 야기한 원인이 남유럽에서 시작된 경제적 위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사실 400년 전 남유럽 국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게 된 계기도 금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은 금의 위력만 믿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 이미 유럽은 산업혁명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들 국가는 산업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식민지 관리에만 열중했다.

이는 세계 경제의 패권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남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성장'을 등한시하고 '복지'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과도한 복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이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40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유럽 국가들은 이제라도 "우리는 제 갈 길을 간다"는 아집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이제 막 금융위기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세계 경제가 남유럽 국가들의 '변화'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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