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수출 효자종목 가치 충분…농식품 모태 펀드 조성해 400억원 기업농 만들 것"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파워 블로거다. '태평짱'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그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취임 직후 개인 블로그 '장태평의 새벽정담(http://taepyong.tistory.com)을 개설했다. 한 주간 현장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생각을 매주 2만여명에게 전자편지 형식으로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찾기위한 그의 노력은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아젠다(DDA) 추진에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부문이 농업이라고 꼽았다.
이날 농식품부는 외교부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의장 주재 하에 DDA 농업협상에 참여했다.
각국 협상단은 양허표양식(template)/data 및 잔여쟁점인 개발도상국 특별긴급관세(SSM)등을 논의했다. 개도국 SSM은 개도국에 한해 수입량이 일정물량 이상 증가하거나 수입가격이 일정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농식품부는 수입급증 등에 대비하기 위해 G33(개도국그룹)과 공조할 방침이다. 아울러 모델리티(자유화 세부원칙) 타결시 각국이 자국의 의무를 위한 양허표를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가졌다.
이같은 협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장 장관은 한마디 했다. "한·칠레 FTA가 시행되면 과수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걱정했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포도는 재배 면적이 더 늘었다"며 "걱정이야 되겠지만 우리 농가의 성장 잠재력에 더 무게를 둬야한다"고 말했다.
◇ "연 매출 400억 이상 기업농을 만들어라"
장 장관은 수출농업국 입지를 위해 가공식품과 화훼류 위주의 고부가가치 선진농업 산업을 이룩한 네덜란드의 사례를 빗대곤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기업농이 없다"며 "총매출이 1억 원 이상인 농가가 전국에 7600여 가구에 불과하고 이 중 10억 원 이상인 곳은 180여 곳"이라고 말했다. 영농법인까지 합쳐도 10억 원 이상인 곳은 800여 개에 불과하다.
장 장관은 "네덜란드의 경우 총 매출 기준으로 400억~500억원인 곳이 2000여개나 된다"며 "반도체·자동차처럼 우리 농업은 수출 효자종목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얼마전 농식품 모태 펀드를 조성한 것도 경쟁력있는 영농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는 2020년까지 1조원의 펀드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 좁은 국토· 환경?.."문제될 게 없다"
지난해 미국중앙정보국(CIA)이 발표한 '더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세계 249개국 중 한국의 국토면적(육지와 바다 포함)이 9만9720㎢로 108위에 속한다. 미국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땅덩어리다.
193개국의 전체 경작지 면적을 보면 18.5%로 한국은 94위다. 한국에 비해 국토면적이 60% 작은 덴마크의 경작지는 우리보다 24%나 더 넓다.
미국은 1위, 인구가 4배 이상 많은 중국은 미국보다 8% 작은 경작지로 중국인을 먹여살리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119위를 차지했다. 인구는 1671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약 3분의 1이다. 경지면적은 22.73%.
우리나라보다 불리한 환경이지만 농업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다. 농업의 과학화·규모화에 성공해서다.
장 장관은 "한국이 네덜란드처럼 농업의 과학화·규모화에 성공하면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20억 인구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인체에 좋은 각종 우수한 성분을 함유한 농수산물이 많아 기능성 식품 산업에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 농업, 수출효자 산업 "충분하다" 자신감
우리의 농업은 수출효자 산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3시간 내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리, 즉 반경 2000~3000km 내에 약 20억의 인구가 살기 때문이다. 이는 경작지가 제일 큰 미국보다 지리적인 위치상 우위에 서있다.
중국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육류 소비가 늘고 곡물 수요도 3~4배씩 불어난다. 현재 우리의 농수산물은 먹거리에만 자급자족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농업을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까지 성장시키는게 장 장관의 목표다.
생명과학 산업이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는 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고효율의 농업 기술, 융복합 고급농업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는 농업 연구·개발(R&D)의 중복을 사전에 방지하고 연구 관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 농업과학기술위원회를 발족했다. 아울러 현장형 성과 중심의 연구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농식품 업체, 생산 단체 등 현장 전문가의 R&D 평가 참여의 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장 장관은 현재 농어민이 10% 이상 자본금을 출자해야 허용되는 농수산 기업 설립 규제와 관련해 "앞으로 농수산 식품업을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누구든지 농업 관련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농업 선진국처럼 기업농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장 장관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정책에 녹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양복대신 잠바와 등산화만 착용해 왔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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