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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6.2 지방선거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효과적인 홍보전략을 세워 표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거전략으로 전 세계를 흔들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소여와 카피라이터 스콧 밀러다. 이들은 소위 미국식 정치전략을 적용해 세계의 주요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정치 컨설팅 업체 소여밀러그룹의 영리한 알파독이다. 알파독이란 망보는 개의 무리를 이끄는 대장 개를 가르키는 말이다. 알파독들은 어떤 전략으로 선거판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을까? 그 전략은 불가피한 시대 흐름인가. 아니면 마키아벨리적 결과 제일주의의 산물인가.
소여밀러그룹은 1970년대부터 미디어를 활용한 이미지 정치를 주도했다. 그들은 선거전에 텔레비전이 가진 힘과 심리학 이론, 그리고 광고를 이용했다. 소여밀러의 이러한 전략은 정치 뿐만 아니라 애플·코카콜라·골드만삭스·콘티넨털항공 등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시키며,국제적 사업으로 발전했다. 소여밀러의 전략은 보리스 옐친이 러시아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토니 블레어가 영국의 노동당의 쇄신을 외치며 수상이 됐을 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국민들과의 계약’을 내세워 압승했을 때 큰 역할을 했다.
소여밀러그룹은 선거에서 인물중심의 이미지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탁월했다. 소여 밀러는 1979년 보스턴 시장선거에서 케빈 화이트 후보의 선거운동을 맡았다. 당시 화이트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인 조 티미티보다 26%나 뒤져 있었다. 시민들은 화이트가 자신들에게 신경쓰지 않는 오만한 계파 정치의 우두머리라고 여겼다. 소여밀러의 전략은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소여밀러는 화이트에게 "저는 이기적이고, 냉담하고, 못된인간입니다"라고 사실대로 밝히기를 권했다. 그리고 티미티에는 '좋은사람이지만 복잡한 도시를 잘 이끌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던졌다. 정책 대신 후보들의 인격에 초점을 맞춰 화이트를 오만하지만 능력 있는 인물로, 상대 후보인 티밀티를 사람은 좋지만 가볍고 경륜이 부족한 인물로 규정한 것이다. 유행하던 라디어 드라마 '비커슨 가족'을 패러디해 티미티에 대한 의구심을 부추겼다. 네거티브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화이트는 ‘도시와 사랑에 빠진 고독한 남자’라는 감성적인 광고로 보스턴을 사랑하고 약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그렸다. 이 전략으로 화이트는 승리했다.
소여밀러그룹의 선거운동 전략은 1973년 베네수엘라 대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자원으로 부가 넘쳐 나고 있었다. 선거운동 예산도 풍부했다. 유권자 1인당 100볼리바르(23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 사용됐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000달러에 이른다. 소여밀러는 텔레비젼을 활용해 정당보다 인물 중심의 홍보전략으로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를 대통령에 당선시킨다. 이후 1986년 필리핀 대선에서는 독재자 마르코스에 대항하는 코라손 아키노 후보를 지원했고, 1988년 칠레 국민투표에서는 8년 연임의 피노체트 독재정권 반대편에 서서 민주화에 도움을 줬다. 이외에도 1980~1990년대 이스라엘 총선을 비롯해 1997년 한국대선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와 승리를 안겨줬다.
‘알파독’은 소여밀러그룹의 선거전략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 제임스 하딩은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한 그들의 홍보전략을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밝힌 선거운동 뿐만 아니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시몬페레스·김대중·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레흐 바웬사에게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애플·코카콜라 등의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도움을 줬다. 이 책을 펼치면 그들의 치밀한 전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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