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길 칼럼) 혹독한 절망을 절대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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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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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이명박 대통령이 추적 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민생현장을 찾았다.  상인들은 생활고를 하소연 했다. “장사가 너무 안돼 못 먹고 살 정도”라고 했고 “서민들이 잘 살게 해주세요”라고도 했다.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는 이대통령의 팔에 매달리며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름만 ‘부자’인 이 할머니의 하루 수입은 2만원. 많이 벌면 3만원이라고 했다.

2008년 한국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때 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증가율은 지난 3분기(7~9월)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3.7%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와중이던 1998년 1분기(-9.6%)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내수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더더욱 딱하다.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해도 이들 업종의 종사자는 명예퇴직금을 받기는커녕 쌓아둔 저축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대기업 역시 위기의 경보음을 쏟아내고 있다. 건설과 조선은 이미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수출주력 업종인 자동차와 반도체, 컴퓨터, 석유화학 부문도 위기 국면에 돌입했다. 지난 11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3%나 줄어든 292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 7월 (414억달러)에 비해 120억 달러이상 감소한 것이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때 84억달러보다 많은 100억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경제위기가 끝을 가늠키 어렵다는 데 있다. IMF위기를 통해 체질을 강화한 바 있는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도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기침체의 끝이 어디인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2000선을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1000선으로 주저앉았고 원화가치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외형적으로 보면 분명 절망적인 국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IMF 위기 때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큰 잘못이 없는데도 억울하게 당하는 측면이 있는데다 지나치게 비관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데 있다. 

대외환경이 절망적이다 보니 국민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한 것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경제 불황때면 꼭 나타나는 게 혹세무민(惑世誣民)형 비관론이다. 필명 ‘미네르바’의 기승도 그러하다고 여겨진다. 너무나도 불안할 때 불안을 정당화 하는 비관론을 껴안고 있으면 오히려 편해진다는 인간의 심리 때문일까.

11년 전 IMF 외환위기 때도 스티브 마빈이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절망의 장세에서 상한가를 친 적이 있었다. IMF 위기를 예견했던 그는 1998년 ‘죽음의 고통’이란 보고서에서 코스피지수가 300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얼마 후 코스피 지수는 280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마빈의 상한가는 거기까지였다.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가치 상승에 힘입어 한국경제는 회복했고 그는 한국을 떠났다. 경제란 이렇듯 경기 사이클에 따라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경제 분석에선 지나친 낙관도 문제지만 절망적 비관은 더더욱 금물이다. 더욱이 혹독한 겨울은 한국경제의 해충을 일거에 박멸하는 효과가 있을 뿐 더러, 성숙한 나이테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은 대외개방형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강(自彊)과 자율(自律), 자립(自立)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영원한 우방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11년전 IMF 위기때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를 ‘위대한 기회’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이 혹독한 절망을 ‘절대 희망’으로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발행인  곽 영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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