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퇴 베이비붐 세대, 남은 30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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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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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을 폭로했던 한 미국 기자가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요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시모어 허시다. 당시 그의 나이는 67세였다. 만약 허시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됐다. 향후 9년간 712만 명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끼인 세대'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공(功)은 앞선 산업화 세대와 386세대에게 돌아갔다. 부모 모시랴 자녀들 뒷바라지하랴 늘 허덕였다. 외환위기를 겪었고 한숨 돌리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쳐왔다.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퇴직압박이 들어온다. 어느새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무능'과 '비효율'의 대명사가 됐다. 이들은 당혹스럽다. 수명 연장 추세를 봤을 때 베이비붐 세대에게 남은 삶은 30년이 넘는다.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매정하다. '퇴출'과 '정리'의 대상으로만 본다. 전체 인구의 14.6%를 잉여인구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여생이 30년인데 벌어먹을 일이 없다.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견디기 힘든 심리적 외상이기도 하다. 비단 개인의 행복한 노후생활에만 관련된 문제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이면 '고령 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다. 2040년이면 50세 이상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놀고있는 고령의 퇴직인력이 많아지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퇴직인력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내놓은 '50+세대 일자리 대책'은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와 노동계가 고령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궁극적으로 정년연장도 필요하다. 53세는 은퇴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다. 키케로의 말마따나 "인생의 매 단계에는 특징이 있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 철이 되어야 거둘 수 있다". 고령자의 경험과 지식은 절대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young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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