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현의 디지털돋보기]애플과 IBM 그리고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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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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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져 있는 것은 애니악(ENIAC)이다.

애니악(ENIAC)은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면서 미군 포병용 탄도 계산표를 만들기 위해 펜실베니아대학의 머큘리(Maculy)와 에커트(Ecket)가 1946년 개발했다.이 당시 애니악은 높이 5.5m, 길이 24.5m, 무게 30톤의 거대한 크기였다.

이후 컴퓨터는 조금씩 무게와 크기를 줄였지만 대부분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의 통계 및 회계 처리를 위한 장비로 이용돼 왔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최초의 컴퓨터는 1967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설치됐던 IBM1401이다. 경제기획원은 1초 동안 6만자를 읽을 수 있는 IBM1401로 인구조사를 했다.   

현재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연 것은 애플이다. 애플은 컴퓨터를 개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기로 개발했다.

예를 들어 마우스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사용자 환경(UI)을 개발하고 손쉽게 주변기기를 부착할 수 있는 기능도 컴퓨터에 적용시켰다. 또 모니터와 본체를 일체화시켜 컴퓨터의 크기를 줄이고 책상위에 올려 놓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애플의 8비트 컴퓨터다.

애플은 80년대 초 전 세계 PC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면서 컴퓨터 업계의 절대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PC 시장에서 애플의 아성은 오래 가지 못했다. IBM이 '개방성'을 지향하면서 빠르게 PC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IBM은 많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를 껴안으면서 자사 PC의 저변을 확대했다. 운영체제(OS)는 마이크소프트의 도스(DOS)를 번들로 제공했으며 CPU는 인텔이 제공하도록 했다.

또 소프트웨어와 CPU 등은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하기도 했다. 이 결과 IBM 호환기종이라는 용어가 나왔으며, 다양한 브랜드들이 IBM 플랫폼을 기반으로 PC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애플은 달랐다. OS와 CPU 등을 자사 전용 제품만 쓰는 '패쇄성'을 고집한 애플은 PC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져 결국 디자인과 인쇄 등 일부 전문 분야에서만 경쟁력을 유지하게 됐다.

PC 시대를 연 것은 애플이었지만, PC 시장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킨 것은 바로 IBM이었던 셈이다.

관련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패쇄적인 PC 정책을 '패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의 패착이 또 다시 재현될지 관심 거리다. 최근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의 행보가 30여년 전 PC 시장 태동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이폰OS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만 탑재된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도 오직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만 적용된다. 애플은 패쇄 정책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IBM과 같이 '개방성'을 앞세워 애플에 대항하고 있는 것은 구글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개방해 많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시장에 공급하게 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스마트폰 경쟁 구도는 '애플 대 안드로이드 연합'의 형태가 되면서 구글은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개방'을 앞세운 구글의 애플 공세 전략은 TV 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구글은 최근 인텔·소니 등과 함께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하는 TV용 플랫폼 '구글TV'를 공개했다.

구글TV는 기존 TV와 인터넷 환경이 합쳐진 신개념TV다.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은 물론 동영상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트위터와 같은 단문메시지, 게임까지 서비스한다.

구글TV 단말기는 올 가을 미국에서 소니를 통해 처음 판매될 예정이다. 이 단말기에는 인텔·로지텍· 소니 등 관련 분야 최고 업체들의 제품과 기술이 들어간다. 바로 스마트TV 시대를 열겠다는 게 구글의 야심찬 계획이다.

지금 전 세계 IT시장은 애플과 구글의 맞대결에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 업체들의 행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빼앗긴 국내 업체들의 TV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고 있다.

애플 따라하기냐, 아니면 구글 연합에 가세하느냐, 또는 독자 기술로 승부하느냐. 국내 업체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ba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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