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여야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정면 대립하며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의 대세 ‘굳히기‘에 민주당은 판세 역전을 노리며 필사적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모습이다.
29~30일이 판세를 좌우할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본 여야 모두 마지막 표심 잡기에 집중한 것이다.
단 한 장의 표가 아쉬운, 절박한 심정에 놓인 여야의 숨가쁜 48시간을 밀착 취재했다.
◆서울·경기·인천= 與 ‘굳히기’ 野 ‘뒤집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부평구와 서울 동작구, 관악구에서 거리유세를 가졌다. 안보와 경제 선진화를 위해 집권 여당을 지지해 달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오세훈, 김문수, 안상수 후보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 정부와 힘을 합쳐 하나로 나아갈 때에만 수도권 발전과 2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당선되면 철저한 정책공조를 통해 공동 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권도 수도권에 당력을 집중했다. 수도권에서의 우위가 대체로 한나라당에 기울었다는 판단에 막판 맹추격을 펼친 것.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와 여의나루역 둔치에서 서울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 ‘한반도 대운하 부활 기도’라는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실상 4대강 사업반대의 전면 재점화에 나선 것이다.
이어 정 대표는 오후 인천과 경기 일대를 돌며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전개했다.
서울역 인근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연남(47, 남)씨는 “아무래도 북풍의 영향으로 특히 수도권이나 서울은 여당이 우세하지 않겠느냐”며 여당을 향한 표심을 드러냈다.
◆울산= 때 아닌 색깔 논쟁
한나라당 박맹우, 민주노동당 김창현, 진보신당 노옥희 울산시장 후보는 선거 마지막 주말인 29일 유권자가 많이 다니는 사거리와 운동장 등지에서 막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박 후보는 이날 울주군 굴화사거리, 남구 옥현사거리, 울산대공원, 남구 롯데호텔앞 사거리 등에서 거리 인사를 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경제를 발전시켜 그 토대 위에 문화와 복지가 함께 성장하는 우뚝 선 울산을 만들겠다”며 ”구청장, 시·구의원도 한나라당 후보를 동반 당선시켜 울산시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민노당 김 후보는 남구 야음 사거리와 북구 철길사거리 등지에서 유세 활동을 펼쳤다.
진보신당 노 후보도 이날 중구 역전시장과 학성동 사거리, 프로축구 경기장, 한마음 축제가 열린 쌍용하나빌리지 등지를 돌며 총력 유세전을 폈다.
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는 천안함 사태로 말미암은 북풍 때문에 민생과 주민의 삶이 가려져 안타깝다”며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서민 생활의 향상을 공약하는 진보신당과 노옥희에게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때 아닌 색깔논쟁도 일었다.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신정동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민노당은 북한만 감싸고 북한을 변호하고 변론하는 정당'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정몽준 후보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오는 31일 울산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키로 한 상태다.
◆경남= 한나라당 경남 사수 ‘올인’ VS 야당 ‘친노무현‘
30일 경남지역은 초박빙의 접전 양상이다.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2파전이 치열한 것.
지난 26일 KBS, MBC, SBS 방송3사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 38.9%, 이 후보 34.0%였으나 적극투표층에서는 이 후보(41.3%)가 김 후보(40.1%)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현재 ‘경남을 잃는 것은 안방을 내주는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경남 사수에 ‘올인‘하고 있다.
최소 인력을 제외한 중앙당 당직자 전원을 전날 2박3일 일정으로 경남에 긴급 투입한 데 이어 경남 지역 의원들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를 읍소하는 등 막판 승부수 띄우기에 나섰다.
이에 김 후보는 야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자신의 ‘친노(친노무현)’ 이미지를 내세워 경남의 마을 이장, 군수, 도지사로 이어지는 신화를 이루고 지역주의 극복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결국 'MB(이명박 대통령) 맨 대 리틀 노무현', '중앙행정가 대 지방행정가'라는 인물대결에 덧붙여 전통적 지지층을 향한 한나라당의 막판 읍소가 민심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전남= 광주시장, 1위는 '됐고' 2위 '누구'
당선이 유력한 민주당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와 박준영 전남지사 후보는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들은 30일 같은 당 소속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강화했다.
강운태 시장후보는 이날 광주지역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참여한 ‘북풍(北風) 저지 남풍(南風) 유세단’을 구성하고 서구 풍암저수지 앞에서 “이명박 정권의 북풍에 맞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줘선 안 되며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모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바람도 거셌다.
정치개혁 범국민운동 상임대표인 이부영 전 국회의원과 지방분권운동 공동대표인 나간채 전남대교수는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광주 남구, 순천, 광양, 나주, 장성, 강진, 신안을 돌며 무소속 후보를 지원했다.
이들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정당 공천제 폐해를 없애야 한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 단체장들이 정당 눈치보지 않고 주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을 펼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한나라당 정용화 광주시장 후보와 김대식 전남지사 후보, 중앙당 당직자들은 두 자리 숫자 득표율을 목표로 광주·전남 곳곳에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국민참여당 정찬용 광주시장 후보도 29일부터 투표 전날인 6월1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광주 전 지역을 도보로 순회하며 선거운동을 펼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장원섭 광주시장 후보와 박웅두 전남지사 후보, 진보신당 윤난실 광주시장 후보, 평화민주당 조홍규 광주시장 후보, 김경재 전남지사 후보도 막판 선거유세에 집중했다.
자영업자 서상섭(45)씨는 “과거처럼 민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밀어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최근 한나라당 후보가 20% 이상 득표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부 고 모(48)씨는 “한나라당이 밉긴 하지만 호남이 잘 살기 위해선 여당 쪽 인물이 한 명 정도는 나와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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