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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가치는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가끔은 갈등을 일으키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로버트 라이시의 '수퍼 자본주의'라는 저서는 이러한 갈등에 대해 흥미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에 있어서 1960년대까지 이 두 개의 가치가 잘 조화를 이루다가 70년대 이후 즉 미국의 제조업에서의 경쟁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두 개의 가치가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회사조직이 발전하면서 회사들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과도하게 로비를 하는 등 갈등을 유발하면서 민주주의적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부분은 새겨들어야할 대목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적 가치는 평등이 중요하다. 정치적인 투표행위를 함에 있어서 1인1표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회사제도를 보면 1주1표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주식보유 숫자에 따라 주주별로 의결권의 크기가 달라진다. 정치적으로 1인1표가 평등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1주1표는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결과의 산물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한 주주가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조직의 효율성 추구에 있어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남유럽 사태를 보면 이러한 갈등이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남을 알 수가 있다. 바로 복지지출을 둘러싼 논란이다.
1인1표의 원칙을 전제로 표를 얻어 당선되려는 정치인들은 인구 중에 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산층 이하의 그룹에게 복지공약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복지지출은 엄청나게 증가한다. 문제는 세금을 내는 계층과 복지지출의 혜택을 받는 계층이 다르다는 점이고 결국 정치권에서 약속된 이러한 과도한 복지지출은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 수를 지난 5년간 7만5000명이나 늘리고 국가연금도 13종류나 운용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상당 부분 훼손해버렸다. 특히 연금의 경우 개시 연령이 61세이고 여기에 다양한 조기 은퇴옵션도 제시되어 있다. 이는 그리스 내에서 좌우 이념 대립이 심화되자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방만한 제도인 것이다.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다고 칭찬을 받은 것도 잠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PIGS'(돼지들)라는 비아냥을 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프랑스도 GDP 대비 공공 사회부문 지출 비중이 31% 수준에 달하면서 복지가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50세 이상 인구 중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스웨덴과 스위스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과거 미테랑이 이끄는 사회당 정부가 연금개시연령을 60세로 낮춘 이후 국민연금 적자가 지속되어 프랑스 국민연금의 올해 예상 적자규모는 110억 유로 정도이고 2050년까지 1030억 유로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뒤늦게 프랑스 정부는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67세로 늦추려 하고 있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북유럽 국가들의 대표격인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90년대 초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경험하면서 실업보험, 고령연금 등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엄청나게 손 보았다. 연금 개혁을 실시하고 정부지출에 상한제를 도입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해내가고 있다.
복지의 천국으로 불리던 국가들 중 일부가 이제는 복지로 인한 지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많은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꾸어가면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국가경쟁력을 잘 조화롭게 가꾸어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 두 부분을 조화롭게 가져가지 않고 어느 한쪽만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경우 반드시 후유증이 뒤따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을 위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한계를 잘 이해하면서 과도한 포퓰리즘을 경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때이다.
윤창현(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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