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녹색…산업계 그린워싱 '경보령'

-전자ㆍ철강ㆍ해운ㆍ제지ㆍ식품 등 산업계 전반에 만연
-기업들 ‘책임’보다는 ‘홍보’에 주력


(아주경제 김병용ㆍ이정화ㆍ감혜림 기자) 산업계 전반에 '녹색 광풍'이 불고 있다. 이제 녹색경영은 기업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은 것'처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린워싱(Greenwashingㆍ위장환경주의)이 있다. 그린워싱은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경영과 거리가 있음에도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그린워싱의 형태는 크게 7가지로 분류된다. △숨겨진 정보(Hidden Trade-Off) △증거 불충분(No proof) △애매함(Vagueness) △무관함(Irrelevance) △유해제품 정당화(Lesser of two evils) △거짓말(Fibbing) △허위표시숭배(Worship of false levels) 등이 그것.

특히 외국 기간이 지난해 말 2219개의 친환경 제품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98% 이상의 제품이 그린워싱 종류 중 적어도 하나에 해당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산업계 전반에 그린워싱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우선 '숨겨진 정보'에 해당 사례가 제지업체들이다. 이들은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 및 수질 오염, 지구 온난화 현상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지 않고, 재생지 활용 등 특정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친환경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무림페이퍼는 지난 4월 국내 제지업체 최초로 범유럽산림인증(PEFC)을 획득, 환경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PEFC는 원시림 무단벌목 및 유전자 변형 목재펄프가 아닌 친환경적으로 조림된 펄프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산림인증 시스템으로, 제지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벌목으로 인한 환경폐해는 기존과 동일하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과 LG그룹 역시 그린워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은 최근 신기술로 친환경 미래를 열겠다는 내용을 담은 '두근두근 투모로(Tomorrow)'라는 광고를 통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실상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제품 성분이나 제품 생산과정에서 폴리염화비닐(PVC)과 브롬계 난연제(BFR) 같은 화학물질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로부터 친환경경영 노력이 미흡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 역시 호주 언론으로부터 '그린냉장고'의 에너지효율등급을 올리기 위해 실험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모두 '거짓말'에 해당하는 그린워싱 행태다.

철강업체들은 '증거 불충분'에 해당한다.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국내 유력 철강기업들은 ‘친환경 제철소’ 건립을 주창하고 있지만, 실제로 친환경 인증을 주는 제도적 장치나 기구는 현재 없다.

게다가 철강업체들은 기업 활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원을 목록화하고 배출량을 통계화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역시 갖추지 못했다.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이미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완료하고, 제3자 검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의 검증을 마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해운선사들은 관계없는 사실을 공표해 마치 친환경경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한 '무관함'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 초 감속운항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고유가에 대응하고 물동량 감소로 인한 '노는 배'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효과도 이들이 내세운 감속운항의 이유다.

하지만 벌크선사들은 감속보다 오히려 빠른 운항이 더 효과적인 판단아래 최대 선속으로 운항하고 있다. 실제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사 선박 중 컨테이너선은 감속운항을 유지하고 있고, 벌크선은 최대 선속으로 운항하고 있다.

벌크선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선박 1척이 하루에 소비하는 연료유가 100t인 반면, 벌크선은 3분의 1수준인 30t가량에 불과하다"며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목표는 허울뿐인 명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광고문구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애매함'과 제3기관으로부터 환경인증을 받은 것처럼 제품을 광고하는 '허위표시숭배' 역시 대표적인 그린워싱으로 꼽히고 있다.

박기환 중앙대학교 교수(식품공학과)는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이라는 기업의 새로운 공공윤리를 실제 기업활동에 반영할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다"며 "다만 이를 기업의 영업활동에 반영, 친환경적이라고 눈가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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