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최고 오지인 벙글벙글 협곡의 기묘한 바위기둥은 마치 외계 행성에 와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신기한 모습이다. |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서호주는 호주의 참모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간의 발길이 닫지 않은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원시의 지구를 연구하는 학자들 외에도 신비로운 지형을 직접 탐험하고 싶어 하는 모험 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중 북쪽의 킴벌리 (Kimberley) 지역은 서호주 아웃백의 대표적인 곳으로 벙글벙글(Bungle Bungle)협곡 관광의 관문이다. 세계 최대의 환경보호구역으로 우리에게는 니콜 키드먼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인 ‘Australia’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42만3000㎢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약 3만 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애버리진 말로 ‘모래바위’를 뜻하는 푸눌룰루 (Purnululu)국립공원 내의 벙글벙글(Bungle Bungle)은 마치 우리말 ‘싱글벙글’을 연상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곳의 자생식물인 '번들번들'에서 유래했다.
이름만 들어도 미소 짓게 하는 벙글벙글은 그 명상에 걸맞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비롭고 강렬한 아웃 백 경험을 선사한다.
2억 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벙글벙글은 원래 바다 속에 있었으나,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2000만 년 전 지금의 모습이 됐다.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는 수 천 개의 벌집 같은 바위기둥을 담기위해 매년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불쑥 솟은 기묘한 형상의 바위기둥은 마치 SF영화에서 본 외계 행성의 계곡 표면과 같다. 협곡 안으로 들어서면 바위절벽 틈을 뚫고 자란 종려나무와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의 강렬한 인상을 주는 벙글벙글은 1983년대 우연히 방송사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됐을 정도로 호주 최대의 오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푸눌룰루 국립공원의 벙글벙글 협곡 모습 |
1987년에 푸눌룰루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2003년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됐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이곳의 신비로운 장관을 직접 보려는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지중의 오지 벙글벙글은 여전히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성역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퍼스에서 중간 기착지인 카나나라까지 국내선으로 갈 수 있다. 다시 육로를 이용하거나 소형 비행기로 이동해야만 비로소 이 신비로운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육로로 가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다. 호주 최대도시인 시드니의 9배 규모인 인공 호수 ‘아가일’과 옐로우·핑크 다이아몬드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광산 아가일을 만날 수 있다.
벙글벙글 협곡 사이를 걷다 보면 하늘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주변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자연경관에 탄성이 절로 난다. 푸른 하늘과 기묘하고 강렬한 색감의 바위기둥이 만들어 낸 벙글벙글의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를 보는 느낌이다. 협곡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갤러리를 방문해 전통적인 애버리진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600여종의 식물과 130여종의 조류가 살고 있어 생태관광에 관심 있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북쪽 지역의 협곡은 육로로는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험하다.
슬링에어 (www.slingair.com.au) 헬리콥터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숨겨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트래킹 코스도 잘 조성돼 있다.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는 캐서드럴 협곡과 피캐니니 크리크다. 캐서드럴 협곡으로 가는 길에 있는 돔스 트레일에서는 애버리진 암각화를 확인할 수 있다. 까만 부메랑 형태와 아직도 선명한 손바닥 문양이 남아있다.
남쪽에 자리한 캐세드럴 고지(Cathedral gorge)는 주차장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코스로 가벼운 하이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좀 더 모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왕복 18km 코스인 피카니니 고지 (Piccaninny gorge)를 둘러보는 하루 일정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곳의 날씨는 우기와 건기로 구분된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건기인 5월부터 10월까지다. 한낮에는 평균 20℃ 중반부터 30℃대 초반 정도로 제법 햇볕이 뜨겁지만, 밤에는 10℃로 선선하다.
나머지 6개월은 우기다. 비가 자주 내리지는 않지만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우기에는 가끔 비행장이 폐쇄되기도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공원 내의 취사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으며, 지정된 캠핑 사이트에서만 머물 수 있다.
이스트킴벌리 투어(www.eastkimberleytours.com.au) 캠핑장에서는 고급 사파리 텐트에서의 숙박과 더불어 자연 한가운데서의 잊지 못할 캠핑 추억을 얻을 수 있다. 180도로 펼쳐지는 밤 하늘위로 쏟아져 내리는 별들을 감상하는 특권도 제공된다.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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