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을 반세기 이상 취재해온 전설의 기자 헬렌 토머스(89)가 한마디의 말실수로 출입처인 백악관과 자신의 천직을 잃는데는 불과 며칠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60여년간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취재해온 토머스는 7일 자신의 유대인 비난발언을 둘러싼 설화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끝내 기자직에서 '불명예' 퇴직했다.
토머스 기자의 소속사인 `허스트 코포레이션'측은 이날 '허스트 뉴스 서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토머스가 사직하며, 이는 "바로 지금부터 유효하다"고 발표했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레바논계 미국인인 토머스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관련행사에서 만난 랍비에게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자신들의 집인) 폴란드나 독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가 발언내용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이 '드러지 리포트' 등 유명 웹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토머스의 발언을 "모욕적이며, 비난받을만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백악관 기자실의 동료들은 토머스의 발언에 대해 "변호해줄 도리가 없는 발언"이라고 등을 돌리면서, 토머스가 수 십년간 백악관의 맨 앞자리를 지켜왔던 '특혜'를 계속 줘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설 정도였다.
토머스의 발언은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구호선을 공격, 민간인 9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토머스는 '우군'을 얻기가 더욱 힘들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자 토머스는 기자직에서 물러나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취재의 개척자로 자리매김해 온 토머스가 오는 8월 4일 90세 생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위로섞인 시선이 많다.
토머스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을 취재하기 시작해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취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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