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고득관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료 카드 결제 여부를 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계약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보험업계가 저축성 보험 등 일부 상품에 대한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13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신용카드 결제 금지 대상에서 모든 보험상품을 제외했다.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을 통해 보험료의 카드 결제 여부를 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가맹점 계약에 따라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보험사의 영업 여건·비용·전략에 따라 일부 상품에 대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제한적 카드거래 계약'을 허용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에 가맹점 계약의 내용 및 형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며 "보험사가 제한적 카드거래 계약을 체결한 후 일부 상품의 카드 결제를 거부한다고 해서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요금도 제한적으로 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보험사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보험사가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사 카드의 결제 대상 범위가 축소될 경우 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보험사에 카드 결제를 늘려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보험사가 자동차보험과 저축성 보험 등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카드 결제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계약을 맺은 B카드사가 곤란해진다"며 "보험사가 결제 대상 상품을 늘리는 대가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보험사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질 경우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는 보험사가 상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첫회 보험료만 카드 수납을 하고 2회차 이후 보험료는 카드로 받지 않는 영업 관행에는 철퇴를 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보험상품의 카드 결제 여부에 대해 소비자들이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지나치게 보험사의 이익만 고려한 처사로 허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개정안이 보험상품을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상으로 분류한 만큼 보험료 카드 결제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보험료를 카드로 낼 수 있다고 인식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료 카드 결제와 관련해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첫회 보험료만 카드로 받고 나머지는 거부하는 관행이 불가능해져 보험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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