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매 속 '숨은 철학'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최근 미술품 경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졌던 미술경매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옥션사들이 만원부터 응찰할 수 있는 '만원 경매', 낙찰된 작품을 다시 경매에 내놓으면 낙찰가의 80%를 보장해주는 '미술품 가격 보장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일반인들이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옥션사들이 작품의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신경쓰는 건 뭘까.

바로 랏(Lot)번호다. Lot은 도록에 실리는 순서를 의미한다. 이는 경매 순서하고도 일치한다. 특히 Lot 1번은 그날 옥션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결정한다. 첫번째 작품이 유찰되면 이후 경매 분위기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활한 경매 진행을 위해 1번은 보통 문안한 걸로 결정한다. 작가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야 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는 안된다.

Lot 1 다음으로 중요한 번호는 바로 Lot 10이다. 경매 도록을 한번이라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10번 작품부터는 가격대가 갑자기 쎄진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경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대신 10번대에는 특정 컬렉터가 분명한 작품을 내놓는다.

도록 표지에 실을 작품도 중요하다. 가격대도 높지만 보통 저명한 작가의 작품을 수록한다. 표지 작품은 해당 경매를 진행하는 옥션사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9일 열리는 K옥션 6월 메이저 경매의 표지 사진. 조르주 브라크, Baigneuse aux trois fruits, 캔버스에 유채, 99.7×81cm(40호), 1926, 추정가 11억~14억
또한 작품 가격을 놓고 위탁자를 설득하는 것도 옥션사의 몫이다. 특히 작품을 처음 위탁하는 사람은 설득이 어렵다. 기존에 샀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탁을 여러번 해 본 사람은 가격을 조금 낮게 내놔도 긍정적으로 나온다. 작품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 측정하면 경쟁이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ot 번호와 작품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은 누굴까? 보통 옥션사들은 다양한 미술 분야를 전공하고 식견이 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보유하고 있다.

K옥션 관계자는 "경매팀에 스페셜리스트가 10명 정도 있다"며 "이들은 위탁한 작품을 경매에 내놓을지의 여부, 작품 가격, Lot 번호 등 경매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일들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옥션사는 컬렉터가 지불한 대금을 바로 위탁자에게 넘겨줘야 한다. 들어온 돈을 계속 보유하고 넘겨주지 않으면 옥션사의 신뢰는 떨어진다. 보통 위탁자는 작품 대금과 함께 수수료도 함께 보내준다.

K옥션의 경우 300만원 이하의 작품을 위탁하는 사람은 16.5%(이하 부가세 포함)를, 300만원을 초과하는 작품은 1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컬렉터의 경우 1억원 이하의 작품은 11%, 1억원을 초과하는 작품을 구입하면 8.8%의 낙찰 수수료를 내야 한다.

K옥션 관계자는 "통장에 입금된 걸 확인하자마자 즉시 돈을 넘겨준다"며 "이는 회사의 신뢰도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mihole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