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또 급발진 추정 사고를 일으켰다. 하지만 제조사·서비스사 모두 책임을 서로 전가해 소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2005년 벤츠 최고급 모델인 S600을 구입한 최 씨(39·서울 도곡동)는 지난달 31일 서울 도곡동 아카데미스위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던 중 갑작스러운 일을 당했다.
최 씨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가 ‘윙’하는 소리와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간 것이다. 그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벽을 들이받고서야 차가 멈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차장 커브 구간마다 160㎝, 310㎝의 선명한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가 나 있었다. 10m 남짓한 좁은 커브구간이었기 때문에 풀 가속을 하더라도 이 같은 자국이 남기는 힘들다.
주차장 CCTV 영상에서 충돌 전에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었던 점도 최 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행히 비스듬히 들이받았고 거리(직선거리로 약 10여m)가 짧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고 차량 파손도 크지 않았다. 앞쪽 좌측 범퍼와 워셔액 부분만 파손됐다.
최 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아찔해 했다. 그는 “또 언제 같은 사고가 날 지 몰라 차를 몰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겪은 최 씨는 사고 후 재발을 우려, 차량을 지상주차장에 방치해 두다가 지난 7일 벤츠코리아에 연락했다.
회사는 가까운 서비스센터(한성자동차)에 입고하라고 했고, 그는 이 말에 따라 8일 차량을 서초동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들은 말은 “급발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본사와 얘기하라”고 할 뿐이었다. 현재(10일)도 이 차는 벤츠 서비스센터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최 씨는 “제조사·판매사는 물론 국토부에도 신고했다. 그런데 사고 조사가 이뤄지기는 커녕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사실 벤츠 급발진 추정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7월 E220 디젤 차량이 벽을 들이받은 데 이어 9월에도 S600이 연쇄 추돌을 일으키며 부상자 9명이 발생하며 이슈화 됐다.
이 중 E220 차주였던 조 씨(73)는 그 해 소송을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차량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벤츠코리아 측의 항소로 여전히 진행중에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법정에 갈 경우 CCTV 같은 물증이 참고가 된다"며 "정부는 최근 차량 상태까지 저장하는 블랙박스 도입을 검토하는 등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ner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