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당국 간 협조를 강조한다.
또 중앙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위해 역량 강화와 국제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김 총재가 한국은행의 24번째 수장이 됐을 때 시장은 박수를 쳤다. 그가 '인플레파이터'였던 이성태 전 총재와는 달리 시장 친화적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초대 경제수석,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대사 등 요직을 맡은 점도 비둘비파로 해석하는 이유였다.
한은은 김 총재가 취임한 뒤 3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 김 총재 취임 때문인지, 유럽 쇼크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인지 원인을 명확히 풀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낳았다. 덕분에 시장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이루고 있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통화완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당분간 저금리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 총재에 '지나치게 친정부 성향이다', '한은의 독립성을 저버렸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한다. 그가 정부에 아부하느라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대통령의 뜻'을 강조하기도 해 이 같은 비판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그의 성향을 두고 금리정책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김 총재가 '국제 공조', '기관 간 협력'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통화정책이 경제정책의 한 틀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한은의 독단적 판단이 자칫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통화정책도 국가 정책 중 하나로 청와대나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한은도 큰 틀에서 정부다"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김 총재는 취임 전에도 "출구전략은 통화정책과 재정, 금융정책이 어우러지는 것으로 동시에 이룰 수 없고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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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은이 청와대나 정부의 뜻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시장의 불신은 씻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은이 정부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판단이 커질 경우 한은의 권위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한은의 위상 추락은 통화정책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김 총재가 임명된 뒤 금리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으며, 통화 완화에 대한 그의 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영준 경희대학교 교수는 "확장적 경제정책을 적절히 조율해 주는 것이 한은의 역할인 만큼 김 총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김 총재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취임 직전 "나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내 생각은 다르다" 말하기도 했다.
또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의지도 나타낼 필요가 있다. 외부 간섭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공세가 더욱 거세지기 마련이다.
김 총재는 "(외부 지적에)일일이 반응한다는 것은 역으로 굉장히 영향을 받는 것처럼 느껴질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한편 김 총재는 한은의 국제적 역량 및 지위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김 총재는 취임사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제시할 정도로 국제화와 역량 강화에 열성적이다.
글로벌 금융질서의 변화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위를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의 중앙은행을 경쟁상대로 삼아달라고 주문한다.
그는 올 취임과 함께 국제 금융 행사에서 미국·유럽·일본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경제기구 수장들과의 양자 회담을 이끌어냈다.
지난 2일 막 내린 창립 60주년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회담장으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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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국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것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올해 G20 정상회의를 주재한다는 점도 맞아 떨어졌지만, 김 총재의 글로벌 인맥과 한은내 G20업무단·국제협력실 등의 노력이 동반됐다.
한은 안팎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총재가 자신의 국제적 역량을 살려 한은의 글로벌 위상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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