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서비스업 전도사' 尹장관의 빈 말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정부가 지난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비스업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서비스업을 제조업처럼 수출기업화하자면서 내놓은 해결책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서비스 수출 관련 자금지원을 늘린다는 내용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대책을 짜깁기해 백화점 식으로 나열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바란 게 오히려 면구스러울 정도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비스업 전도사를 자임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으로라면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서비스수지 적자 해소와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허언(虛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고용창출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서비스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기댈 곳은 이 땅에서 찾기 힘들어진다는 각오로 보다 면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관련, 주목되는 게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이다. 그러나 이날 대책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인다. 의료ㆍ관광ㆍ콘텐츠 등 서비스 해외진출 유망분야 중점지원이라는 말로 적당히 꿰맞춘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6개월여 군불을 지핀 결과가 이것이라면 영리병원 도입에 집착해온 경제수장의 의지마저 의심스럽다. "군불을 지피면 언젠가는 온기가 피어 오를 것이다"는 말로 적당히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윤 장관은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공동으로 관련 연구용역이 나온 뒤 언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보건복지부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경제수장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에서 그는 "부총리가 아니다 보니…"라며 스스로 아쉬움을 피력하기까지 했다. 소신이 그렇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재정부 내 미래전략정책관이라는 보직은 고위관료들이 잠시 묵어가는 쉼터 정도로 인식된 지 오래다.

당초 재정부는 신설 의료법인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영리추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또한 현행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당연지정제는 유지 쪽으로 절충해 왔다. 이렇게만 된다면 정부가 그토록 칭송하는 국내 고급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구태여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완치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불행히도 조변석개해온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가 부족하다. 시민단체는 영리병원 도입이 장기적으로 현행 국민건강보험체제의 붕괴를 초래, 결과적으로 미국처럼 국내 의료수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주무부처조차도 시기상조론을 피고 있으니 시민단체 핑계도 댈 수 없다. 정부 부처간의 끝 모를 다툼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신뢰의 문제를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윤 장관은 지금이 영리병원 도입문제를 보다 책임있게 밀고 나갈 시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윤 장관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속내는 갈수록 타들어가고 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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