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직장인 김영훈(가명)씨는 최근 휴면예금을 찾기 위해 SC제일은행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휴면예금을 이체하기 위해 새 통장을 개설하라는 권유를 받았던 것이다.
김씨는 "본인 확인을 위한 온라인 계좌 조회만으로 휴면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굳이 통장을 새로 개설할 필요가 있느냐"며 "은행이 휴면예금을 실적 쌓기에 악용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휴면예금을 찾으러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을 상대로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꺾기'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자유입출금 통장인 '두드림통장' 실적을 늘리기 위해 휴면예금 이체를 요구하는 고객에 대해 통장 개설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은행은 온라인 계좌 조회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한 후 고객이 보유한 다른 계좌로 휴면예금을 이체해야 한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은 휴면예금을 돌려받으려면 새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해 휴면예금관리재단 관계자는 "휴면계좌 소유주와 이체받을 계좌의 소유주가 동일하다는 인증 절차만 끝나면 돈을 이체하도록 은행권에 지침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 통장 사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온라인 계좌 조회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휴면예금을 찾을 때 통장 사본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 측이 이 같은 지침을 위반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우려한 일부 직원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 같다"며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휴면예금 이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거액의 휴면예금을 보유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은 지난 2008년 1766억원, 2009년 894억원의 휴면예금을 재단에 출연했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휴면예금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휴면예금 관련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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