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국가를 중심으로 하던 문화권의 개념이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일·중도 공동 문화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권은 앞으로 지역을 넘어 전인류로 확대될 것이다.
"동북아시아 3국은 언어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다. 서로의 말이 번역되는 순간 의미는 퇴색된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국의 공동문화권 형성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뜨거운 격론이 오갔다. 10일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 2회 한·일·중 문화국제 심포지엄'에서다.
가능성을 높게 보는 학자들은 각 국가들의 경제적 연관성이 커지고 정보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세계적 문화공유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편에 선 학자들은 3국이 언어의 벽에 막혀있고, 각각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만큼 통합 문화권이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최관 고려대학교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동북아 3국의 국력의 차이가 점점 축소되며 쌍방향의 교류가 늘고 공존 및 수평적 분업, 협력 체제 구축될 것"이라며 "문화교류와 소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문화는 중국·로마 등 중심국가에서 자국문화 중시 사상과 상대주의적 문화관을 거쳐 인류 보편적인 문화를 추구하게 된다"며 "앞으로 문화융합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3국이 중심에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젠후이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조교수는 "한·일·중은 과거 불교·유교·한자 문화권이 경험을 하고, 근대화 과정서 일본을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공유했다"며 "앞으로 서로 견제하고 뒷받침하는 건전한 삼각관계를 형성해 서양문명권에 대항하는 문명권으로 떠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가 코오루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 중국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번역을 할 경우 그 의미가 와전되는 등 전달의 어려움이 있다"며 "언어의 차이가 이렇게 큰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교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상순 시인의 표현을 인용해 "한·일·중 삼국의 문화 교류란 분수가 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얕게 흐르는 물처럼 조금씩 진행된다"고 말했다.
오구라 기조 교토대학교 교수도 "동북아시아 3국은 같은 문명권에서 형성됐어도 이 문명에서 각기 다른 문화를 끄집어 냈다"며 "과거 중국이 한국 문화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 한국이 중화권 문명에서 다른 문화를 형성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때문에 한·일·중의 문화는 각기 다른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동북아 문화 융합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일·중 공동 문화권 형성을 위한 여러 조언도 잇따랐다.
이응수 세종대학교 교수는 "서로의 통합을 위해 공통점만을 부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끌어안을 수 있는 태도와 학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는 총평을 통해 "동북아 공동체 실현을 위해 내셔널리즘을 극복하자는 공통된 목소리가 있었다"며 "문화라는 낮은 수준의 협력을 통해 동질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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