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월드컵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월드컵의 승전보를 알리고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아침 텔레비전 연설 서두에서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여야도 월드컵엔 한 목소리다. 한나라당 정미경 대변인은 “태극전사들이 국민에게 유쾌함과 행복을 안겨줬다”고 말했고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든 축구 응원의 힘 또한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은 월드컵이고 정치는 정치다. 이 대통령은 월드컵 승리의 기쁨을 웃음과 함께 전했지만 바로 뒤에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며 웃음기를 지웠다.
여야도 월드컵 효과가 7.28 재보선에 미칠 파장을 계산하는 데 촉각이 곤두섰다.
당장 시작한 국회 대정부 질문도 월드컵에 쏠린 관심 탓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야당은 어렵게 잡은 정국의 주도권을 월드컵에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눈치고 여당은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론이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눈치다.
실제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전국을 휩쓸었을 때 치러진 지방선거 투표율은 48.9%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심은 정직하다. 정치권이 우려하는 만큼 월드컵에 열기에 휩싸여 고민 없는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월드컵 승리 등 국가적 경사가 있을 때 국정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속설도 맞지 않다. 2002년 지방선거가 높지 않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참패로 끝난 것이 이를 반영한다.
6월은 월드컵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지만 임시국회를 통해 세종시와 4대강 등 산적한 사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한 목소리로 월드컵의 승리를 국민에게 전한 것처럼 국회에서도 한 목소리로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길 바라는 건 순진한 생각일까?
대통령이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뛴 것처럼 국민들도 대통령과 정치권이 전하는 기쁜 소식에 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과도한 바람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건 월드컵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당연히 해야 할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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