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약세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악재에 따른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15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는 무상지분율 174%로 주목받고 있는 고덕주공아파트가 위치한 강동구가 전주 대비 0.41% 하락하며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할 정도로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강남구 역시 0.22% 하락했고 서초와 송파구도 각각 0.19%, 0.03% 미끄러졌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매수세는 전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에 발목 잡히고
대표적인 사례가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단지다. 국내 최대규모인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사업시행계획 승인 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이 제동이 걸렸다.
지난 2008년 7월 시작된 분쟁은 1심에서는 원고 패소했으라 2심에서 원고 승소로 뒤집혔고 이번 서울행정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오면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면서 실망매물이 쏟아지는 양상이다. 가락시영 2차 43㎡는 이달 초보다 2000만원 가량 빠진 4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사업승인 무효 판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건축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또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매물까지 등장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고덕 주공아파트 단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무상지분율이 높아지면 조합원의 수익성이 높아져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정작 매매가나 호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무상지분율 174%의 최고 기록을 세운 고덕6단지 59㎡는 현재 5억6000만~5억7000만원으로 올초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호가가 빠졌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5단지와 7단지도 올 초 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주저 앉았다.
고덕동 S공인 관계자는 "워낙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높은 무상지분율이나 시공사 선정 등의 재료가 있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며 "문의 전화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호재성 재료도 약효 없어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작업에 들어간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업추진 속도가 붙으면서 시세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사업 본격화에도 불구하고 올초보다 1억원 가량 가격이 주저앉았다. 102㎡는 현재 8억5500만~8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M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된다 하더라도 언제 될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망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매수세는 전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에 대한 매수세가 실종된 것은 기본적으로 침체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때문이다. 여기에 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서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를 만큼 올랐고 투자 대비 수익성도 별로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이라며 "소송 등으로 사업이 언제 추진될 지 모른다는 생각도 매수세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무엇보다 집값이 오른다거나 수익이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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