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과거 복합아트센터와 같은 예술 공간의 건립목적은 주로 국가나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조성하거나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낙후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본래 복합아트센터의 목적은 문화의 복합소비를 유도해내고 장르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새로운 예술장르의 창조를 유도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중세시대를 거쳐 내려오던 귀족중심의 전통적인 예술양식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민의에 충실한 대중적인 장르의 출현을 갈망하던 현상으로 보인다.
‘대중과 함께하는 예술’이라는 모토를 실현하려는 현상은 2차 대전이후 모습을 드러냈다. 특정민족이나 특정국가의 우월성을 내세웠던 나치즘이나 파시즘을 상대로 싸웠던 영국·미국·프랑스 등 인간중심 사상이 발달했던 국가에서부터 실행에 옮겨졌다. 영국에서는 사우스뱅크 아트센터와 바비칸센터, 미국에서는 링컨센터와 케네디센터, 프랑스에서는 퐁피두센터 등의 건립으로 이어졌다. 이들 복합예술 공간들은 국민의 문화 복지 수준 향상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을 수행하는 도구로서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 문화적 위상을 높여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정치·철학·종교·교육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주장들을 시각화 시켜 민의를 수렴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러한 예술의 순기능을 인정한 많은 나라들은 점점 예술 공간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21세기에는 이러한 예술 공간들의 기능도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대중의 민의가 존중되고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대중이 공유하는 공감대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의 의견도 인터넷의 트위터 만큼이나 다양해짐에 따라 예술 공간을 대상으로 한 예술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질 것이다.
이러한 예술소비자의 요구와 구매형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예술상품을 제작하는 기획자들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예술소비자의 바램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상품의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서 판매장소도 소비자의 생활공간과 더욱 밀접해져야 한다. 소비자의 의견과 요구를 예술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초기단계부터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현대의 관객들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예술상품의 기획 및 제작에 참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각종 예술 공간의 회원과 관극회원 사례에서는 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신이 제작에 관여한 작품을 관람하는 데에서 오는 감동과 보람은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상품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키는 마케팅 전략은 이미 일반기업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상품기획에 반영함으로써 매출향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술 산업이 발전하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우선 우리들의 생활공간 속으로 예술 공간이 이동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생활과 같이 호흡하면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실히 수렴하기 위해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시켜줄 수 있는 보다 향상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술 공간들이 우리의 생활공간과 동떨어진 지역에 세워져 왔다.
게다가 관객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여러 가지 기능을 한군데에다 몰아넣는 대형화, 복합화가 일반적인 추세였다. 예술의 본질 중 하나인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술 공간을 마련할 때 예술상품 소비자인 관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또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