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자상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 성실한 경찰이었던 스티븐 러셀(짐 캐리).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그는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럭셔리한 삶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돈. 결국 스티븐은 천재적인 두뇌로 보험ㆍ카드ㆍ식품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다 결국 감옥에 들어간다. 거기서 운명적인 사랑(?)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를 만나게 된다. 이번엔 그와 함께 하기 위해 7전8기 탈옥사기에 도전하는데….
영화 ‘필립모리스’는 1980~9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사기꾼이자 탈옥의 천재 ‘스티븐 러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텍사스 주를 중심으로 벌어진 스티븐 러셀의 놀라운 사기행각과 탈옥사건은 저널리스트 스티브 맥비커에 의해 책으로 쓰여 졌고, 영화는 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스티븐 러셀은 천재적인 두뇌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가명을 사용해 다수의 자격증을 위조하고 신분 날조ㆍ보험 사기ㆍ카드 도용ㆍ수감과 탈옥 등 다양한 사건을 일으켰다. 놀라운 것은 그의 이러한 사기와 탈옥의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감옥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필립 모리스와 평생 함께 하기 위해 셀 수 없는 사기극을 벌인 러셀의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은 이야기는 작가이자 감독인 존 레쿼와 글렌 피카라를 매료시켰다. 그들은 이 실화를 유쾌하고 코믹한 영화로 재탄생시키며,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대미문의 실화를 진정성 있는 시각으로 담아내 전 세계 흥행에 성공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처럼 이 영화 역시 포복절도할 웃음 그리고 따뜻한 감동의 여운으로 웰메이드 코미디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실화를 영화화하는데 어려움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영화로 집중 조명하느냐 하는 것이다. 스티븐 러셀의 인생은 놀라운 사기행각과 자극적인 비화들로 가득하지만 그 모든 것을 2시간이 채 안 되는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포커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가장 모범적이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존 레쿼와 글렌 피카라 감독은 사기와 탈옥으로 점철된 한 남자의 일생에서 눈에 띄는 요소를 발견했다. 그것은 법을 교묘히 피해 다닌 초대형 사기행각이 모두 사랑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스티븐 러셀은 연인과 함께 하기 위해 비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목숨을 건 탈옥과 사기를 끝임없이 이어갔던 것이다.
감독은 방대한 실제 사건들을 운명적인 사랑의 중심축으로 집약시키며, 3년여에 걸쳐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영화는 한 평범한(것처럼 보이는) 가장이자 성실한 직장인이 교통사고 이후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며, 사랑과 행복을 위해 벌이는 기발한 사기행각과 탈옥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치며 숨 쉴 틈 없이 달려간다.
또한 짐 캐리는 이 시대 최고의 광대답게 세기의 사기꾼 스티븐 러셀 역을 소름 끼치도록 맛깔나게 표현해냈다. ‘마스크’ ‘브루스 올마이티’ 등 좌충우돌 코믹 캐릭터에서 가슴 뜨거운 캐릭터까지 코미디와 드라마를 모두 소화해내는 짐 캐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그려내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점잖은 변호사부터 야릇(?)한 매춘부까지 버라이어티한 변신을 보여주는 짐 캐리의 연기내공은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완 맥그리거 역시 필립 모리스의 실제 모습과 시나리오상의 캐릭터 특징을 섞어서 온전한 자신만의 필립 모리스를 탄생시켰다. 이완 맥그리거의 필립 모리스는 아름답고 청순한 인물. 그는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아니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게이다. 이완 맥그리거는 이성애자인 배우가 게이 역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게이의 모습을 피하면서도 완벽하게 섬세한 성격의 게이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 스티븐 러셀과 필립 모리스의 로맨스가 낯설지 않은 연인들로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두 배우가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영화 속 인물에 100%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로 만나기 전부터 서로의 연기력을 존경하고 좋아했다는 두 배우는 역시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답게 빛나는 연기로 필립모리스의 재미를 최고조로 이끌어 냈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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