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발표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영국 정유사 BP의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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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취임 후 처음 행한 연설에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와 관련, BP는 부주의로 인해 일으킨 모든 피해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바마가 오벌오피스에서 연설하기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나 재앙 등 국가 차원의 중대사가 있을 때 오벌오피스에서 연설하는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의 심각성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전임자인 조지 부시도 8년의 재임기간 중 9ㆍ11테러 직후 딱 한 차례만 오벌오피스에서 연설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무엇보다 멕시코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만에서의 삶이 송두리째 검은 원유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든 상관없이 모든 것을 동원해 기름 유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BP는 부주의로 인해 파괴된 멕시코만의 생태계 복원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BP의 책임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깊은 슬픔과 분노가 일고 있으며 주민들은 모든 생계수단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면서 "BP가 대가를 지불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오바마는 나아가 "멕시코만에 흘러든 수백만갤런의 원유로 인한 피해는 (급속히 확산되는) 전염병과 비슷하다"며 방제에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피해 차단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수주 내에 파괴된 유정에서 90%의 원유를 회수하고 여름까지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는 기름띠 피해에 직면한 4개 주(州)에서 1만7000명 이상의 방위군을 방제작업에 투입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방제작업을 총괄 감독할 책임관으로 연방검사 출신인 마이클 브로미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기존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새로 잡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이제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식 혁신을 일으키고 우리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적 임무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청정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요구한 에스크로 계정 개설과 관련한 BP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금 예치액의 규모와 관리자 선정 문제, BP 주주들의 승인 여부 등에 걸쳐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가 보상금을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정은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미 정부가 요구한 것으로 미 상원은 전날 BP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200억달러를 사전지급하라고 요청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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