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빅리그 국가 '명성이 무색'

   
 
스페인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지난 16일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불의의 패배를 당한 뒤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A, 프리미어리그 등 전 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최고의 리그를 운영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가 이번 월드컵 첫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팀과 경기에서 강호다운 실력을 뽐내지 못하고 졸전을 펼친 터라 '명성이 무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은 더반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스위스와 경기에서 후반 7분 예상치 못한 역습 골을 내줘 0-1로 졌다.

스페인은 63%의 높은 볼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스위스의 두터운 수비에 막혀 특유의 패싱게임을 살려내지 못했다. 부상 여파로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까지 투입했지만 새로운 공격 활로를 뚫지 못했다.

15일 파라과이와 첫 경기를 치른 이탈리아의 경기력도 기대 이하였다.

이날 이탈리아는 전반전에 먼저 한 골을 허용하고 끌려다니다가 후반 간신히 동점골을 넣어 겨우 패배를 면했다.

'빗장 수비'의 원조답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한 방을 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특히 과거 로베르토 바조,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 세계 최고를 다투는 공격수들이 제 역할을 했던 반면, 이날 동점을 만들어낸 선수는 미드필더인 다니엘레 데로시(AS로마)였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잉글랜드 역시 미국과의 경기에서 골키퍼가 어이없는 실수를 해 동점을 허용했다.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를 운영하는 세 나라가 정작 월드컵 무대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리그의 다국적화'를 지적한다.

각 리그가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을 긁어 모으는데 혈안이 되면서, 결국 자국 선수가 자랄 기회는 그만큼 작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각 리그에서 득점 1위는 모두 외국인 선수가 차지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득점 상위 10명 중 자국 선수는 4명이고 이탈리아 세리에A는 6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5명에 그쳤다.

한편 그동안 빅리그의 인기에 눌려왔던 나라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축구 수출국' 네덜란드는 덴마크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 강호의 명성을 이어갔다.

빅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즐비한 '남미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첫 경기에서 승리를 엮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번 대회 유럽파를 대거 출전시킨 한국도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를 2-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단숨에 조 1위로 올라섰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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