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글로비스, 무리한 매출 늘리기…업계 '빈축'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글로비스. 하지만 중소 물류업체를 이용해 무리한 매출 늘리기에 나서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중소 포워딩(컨테이너 화물중개업) 업체들을 통해 화주들과 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글로비스는 '화주-포워딩업체-선주'로 이어지는 물류업계의 정상 계약형태를 무시하고, '화주-포워딩업체(물류업체)-글로비스-선주'로 이뤄진 비정상적인 계약을 맺고 있는 것.

중소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상당수의 중소 포워딩업체들이 화주로부터 물량을 수주해 글로비스와 계약을 맺고 수주 물량을 글로비스에게 넘겨주고 있다"며 "이는 '갑'인 대기업이 자신의 위치를 활용해 '을'인 중소기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글로비스가 이같은 계약은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글로비스 '3자 물류' 사업부문은 2006년 2862억원에서 2009년 6001억으로 급증했다.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15.2%에서 18.8%로 늘었다.

특히 일반적인 계약 관행을 깨고 무리한 매출 늘리기에 나선 글로비스를 행태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현대차ㆍ현대제철 등 그룹 계열사들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글로비스의 최근 매출 신장세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주가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비스의 주가상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의 주식 31.88%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지주사 체제로 전환시 홀딩컴퍼니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대모비스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리는 데 글로비스의 비싼 주가가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A증권 항공ㆍ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선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의 지주사 전환을 전제로 한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식 스와프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주식 매각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등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글로비스의 주가가 높아야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많아지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글로비스의 주가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선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사회공헌 및 상속세 자금 마련 등의 측면에서 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은 여러모로 정 부회장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글로비스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계약 관행이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글로비스 고위 관계자는 "중소 포워딩 업체를 활용해 화주들과 계약을 맺는 것을 정도경영에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회사 위상은 물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비스와 거래해 오던 중견 포워딩업체 발해무역 대표이사가 지난달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발해무역은 지난해 낮은 해상 운임료로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해상운임이 올해 들어 급등하면서 선사들에게 높은 운임을 지급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었났다. 때문에 이 회상의 대표이사가 자금압박을 견디기 어려워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발해무역과 직거래를 통해 피해를 본 선사들은 화물을 압류 등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글로비스와 계약을 맺은 선사들도 글로비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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