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ㆍSTX조선 가세로 새로운 국면
-업계 "이번 수주 업체가 향후 물량 수주가능성 높아"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한국 조선업체들과 대만 조선사가 세계 4위 선사 에버그린(Evergreen Marine)이 최근 발주한 10척의 컨테이너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 선박은 에버그린의 '10년 100척 신조 발주 프로그램' 가운데 첫 번째 물량이다. 때문에 이번 수주에 성공하는 조선사는 향후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은 에버그린의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의 최종 건조선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버그린은 당초 자국 최대 조선업체인 CSBC와 지난달부터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 문제 때문에 두 차례나 협상이 결렬됐다. 현재 CSBC는 세 번째 가격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조선사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CSBC의 두 번제 가격 제안서마저 거절당하면서 에버그린이 한국 조선소에 이들 선박을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에버그린과 CSBC가 사이에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첫 번째 물량을 수주하는 조선사가 향후 발주될 선박들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CSBC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국 업체라는 이점을 활용해 에버그린과 협상을 진행해오던 CSBC로써는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폴 탕(Paul Tang) CSBC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버그린이 우리가 제시한 가격이 턱없이 높다고 거절해 6월 초 두 번째 가격 제안을 하였으나, 이마저도 한국 조선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비해 너무 높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현재 추가 가격 조정의 여지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세 번째 가격 제안서를 준비하면서 에버그린의 반응을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에버그린은 지난 4월 8000TEU 32척, 7024TEU 20척, 5364TEU 20척, 2000TEU 20척 등 총 100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 투자금액은 55억(약 6조1000억원) 달러.
에버그린이 이같이 대규모 발주에 나선 이유는 노후 선박 및 스크랩(폐선)으로 선박 확보가 필요한 시점일 뿐 아니라 상대적 풍부한 자금여유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에버그린은 최근 5년 동안 거의 발주하지 않아 최근 경기 침체를 이겨낼 수 있었다"며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해운 물량 증가가 전망됨에 따라 노후 선박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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