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프간 자원쟁탈전을 우려한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전쟁 중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아프간전은 이달 들어 10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될 전망이다.

전쟁으로 얼룩진 아프간이 최근 '엘도라도'로 주목받고 있다. 1조~3조달러(약 1224조원~3640조원) 규모의 광물자원이 발견된 것이다. 2004년 3차원 입체 판독기를 동원해 아프간에서 광물자원을 찾기 시작한 미국 국방부와 지질조사팀의 수확이다. 철광석과 구리, 코발트, 금, 리튬 등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광물자원들은 그 양도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도 '노다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프간을 '리튬계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미 국방부는 아프간이 이들 자원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아프간 정부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미 국방부는 이미 특별팀을 꾸려 아프간 정부와 함께 광산에 대한 국제 입찰 준비에 착수했다.

안타까운 점은 아프간 지질학자들이 1980년대 아프간을 점령했던 옛 소련군이 물러간 뒤 혼란 속에서 광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 관련 자료를 숨겨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숨겨놓은 자원이 강대국에 의해 파헤쳐지는 모습을 봤던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자원이 강대국의 표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원부족에 시달렸던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했다. 식민지에서 인적ㆍ물적 자원을 수탈해 전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은 한반도의 금광 덕분에 세계 5위 금 생산국에 등극하기도 했다.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째 되는 해다. 우리는 과거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구촌 저편에서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일각에서는 아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익을 두고 더 격렬히 대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의 광물자원을 노리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중국과 미국 등을 더 예의주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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