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재정통계방식의 개선필요성

우리나라 국가 재정통계작성방식에 관한 이슈가 논란거리다.

대외적으로 그리스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재정통계작성의 오류가 재정위기의 발생원인은 아니지만 촉발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내적으로도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외평기금(외국환평형기금) 이자비용 처리문제로 본 통합재정통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재정통계작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반박하고 있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 재정통계 작성기준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통계 지침(GFSM)을 내세운다. GFSM에 따르면 외평기금은 재정의 포괄범위에서 제외되므로 통합재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GFSM의 근거에 입각한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외평기금은 재정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첫째, GFSM의 최근 수정본에서는 재정의 범위를 "공공부문(public sector)"의 재정활동에 포함시키고 있어 외평기금을 재정의 범위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행 통합재정 통계체계에서는 재정의 범위를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의 재정활동으로 국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재정통계는 1986년 재정통계지침(GFSM)의 원안에 근거를 두고 있어 그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수정된 지침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GFSM의 최근 지침에 따르면 공공부문은 중앙 및 지방정부, 기금, 특별 회계 등을 포함하는 일반정부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비 금융기관을 합친 경제적 단위를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정활동 또는 재정정책은 정부가 비시장적 접근방법으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고  사회적 이전방식을 통해 소득이나 부를  재배분하는 경제적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외평기금은 비록 별도의 기금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환율안정을 통해 국제수지의 균형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재정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시장적 활동에 종사하더라도 정부에 의해 소유되거나 또는 통제받는 경제적 단위(economic unit)에 의해서도 재정활동이 수행가능하므로 이를 재정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GFSM의 최근 안). 단적인 예로 GFSM의 수정본에 따르면  중앙은행도 공공부문의 일부로 분류하고 있다.

둘째, 현행 재정통계방식하에서 외평발행이자도 재정지출의 한 항목으로 계상되고 있어 재정통계 정보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외평기금을 재정활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 외평기금재원조달자금을 국가채무로 분류하고 있지만 외평기금의 운영자산은 외화채권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채권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의 순채무를 과대계상할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채권투자자를 위해 국가재정분석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방안 중의 하나로 현행 재정통계작성방식을 GFSM의 수정안에 따라 개선하는 것을 고려해볼만 하다.

이와 더불어 최근 들어 외국투자가들이 우리나라 국고채에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어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채권투자가들은 주로 기관투자자성격을 띠고 있어 국가재정분석을 위주로 투자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국채투자의사결정의 중요 변수는 올바른 재정통계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채권투자가들은 정부부문의 실질적인 재정활동이 우리나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러한 재정분석을 기초로 다른 국가대비 우리나라 재정상황이 얼마나 건전한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정통계 정보는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외국환평형기금(foreign exchange equalization fund)
원화 값이 급등할 경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환(주로 달러)을 사들이기 위해 마련한 기금. 한국은 원화기금계정과 외화기금계정으로 구분돼 한국은행에 설치돼 있으며, 재정경제부 장관이 외환수급상 긴급한 사태 등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쓸 수 있다. 외화매입을 위한 원화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