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가계 대출, 수요도 공급도 '뚝'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가계 대출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개인 대출 수요의 부진이 계속 되는 가운데 대출 공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저신용층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신용 활동이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22일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고객 100명당 평균 대출 관련 신용정보 신규 조회건수는 지난 1분기 9.07건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 9.01건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대출 관련 조회는 실제 대출여부와 상관없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으로 대출 수요를 나타낸다.

100명당 대출 관련 신규조회건수는 2008년 3분기 8.73건에서 4분기 7.33건으로 크게 줄었다가 2009년 1분기 9.01건, 2분기 9.42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하지만 3분기 9.14건, 4분기 8.73건, 올 1분기 9.07건으로 경기 회복에도 대출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카드 개설 관련 신규 신용조회건수는 지난해 1분기 5.15건에서 올 1분기 8.61건으로 뛰어올라 대출 조회건수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용 하위 등급의 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다. 7~10등급의 저신용층 100명당 평균 대출 조회건수는 지난해 2분기 11.4건에서 올 1분기 10.3건으로 1.1건이나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고객 평균 조회건수는 0.35건 감소했다.

대출 수요가 늘지 않는 것은 경기 회복세가 아직 가계에 체감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그동안 미뤄뒀던 내구재 소비와 주택 수요가 늘어 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신 수요도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대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대출 공급도 축소되고 있다.

한신정이 집계한 1분기 신규 대출금은 45조6219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48조6657억원보다 6.2%나 감소했다. 신규 대출금은 지난 2008년 2분기 51조8475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38조4625억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3분기 51조1085억원까지 가계 대출이 늘었다가 2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모습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용여건이 부진하면서 특히 저신용층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여신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대출을 늘리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서민 금융 강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저신용층의 대출 규모가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할 때 1~3등급과 4~6등급의 총 대출금은 각각 2.7%, 4.4% 감소했지만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은 6.3%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금융업권 별로는 저축은행권이 소액 신용대출 영업을 늘리면서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의 저축은행 대출 보유 비율이 지난해 2분기 12.9%에서 올 1분기 14.3%로 올랐다. 반면 은행 대출 보유 비율은 같은 기간 35.3%에서 34.1%로 떨어졌다.

한신정 관계자는 "전반적인 신규 신용의 정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제2금융권을 필두로 한 소액 신용대출의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신규 대출 중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5%를 넘어 07년 하반기의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 위주의 신용 확대가 과다 채무자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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