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치가 되레 1100원선 붕괴?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정부의 선물환 규제책이 오히려 환율 하락을 부추기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쪽 방향으로의 환율쏠림을 막겠다며 내놓은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환율하락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7원 오른 1181.7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29.4원 급등했던 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잠시나마 꺾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높이는 관리변동환율제로의 전환방침을 밝히면서 원화가치도 동반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21일에는 2005년 7월 이래 가장 큰 0.42% 절상됐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국제금융팀장은 "6월에 있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며 "기존의 환율폭에서 그렇게 많이 벗어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KIEP는 올해 위안화 절상폭이 최대 5%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허 팀장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은 어려울 수 있으나 소비재 수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위안화 절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한 강연에서 "위안화 절상이 원화가치 절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최근 며칠 새 환율하락 흐름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세계 5위의 외환보유액 등으로 환율방어에 자신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정부가 지난 13일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외환당국의 선물환 규제책이 나온 배경은 금융위기 발생시 국내에서 급격한 달러 유출로 외환시장이 극도의 혼돈을 경험한 데서 비롯됐다.

2008년 말 불거진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온 원화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1999년 외환위기 사태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환율방어는 커녕 말 그대로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됐다.

지난 5월 초 불거진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은 이어졌다. 안전자산 선호가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자본통제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지나친 환율쏠림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는 근거를 댔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외환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견해를 비치고 있다.

안정을 논하기에는 위안화 절상, 선물환 규제책 추가, 유로 약세, 7~8월경 기준금리 인상가능성 등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악재가 겹쳐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0%에서 단계적으로 50%까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것도 외환시장 향방에 또다른 변수로 다가서고 있다.

환율쏠림을 막겠다며 내놓은 조치가 오히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선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KERI) 연구위원은 "정부의 환율발언은 절제 돼야 한다"면서 "속도조절을 얘기하는 것도 시장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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