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중국이 최근 위안화 무역결제를 전세계로 확대시키면서 전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 중문판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2일 ‘위안화 무역결제 시험실시 관련 통지’를 발표해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지역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인민은행은 성명을 통해 현재 상하이·광둥성·홍콩·마카오 등 몇몇 도시에서만시행됐던 위안화 무역 결제를 20개 성·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0개 지역에는 베이징(北京)·톈진(天津)·네이멍구(內蒙古)·랴오닝(遼寧)·장쑤(江蘇)·저장(浙江)·푸젠(福建)·산둥(山東)·후베이(湖北)·광시(廣西)·하이난(海南)·충칭(重慶)·쓰촨(四川)·윈난(云南)·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티베트·신장(新疆) 등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대상국가를 홍콩·마카오와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지역)에서 전 세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위안화 환율개혁과 맞물려 발표된 이번 정책은 중국 위안화가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의 신호탄이라고 FT는 전했다.
그동안 국제 기축통화 후보로 거론되어왔던 유로화나 엔화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중국 위안화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는 최근 남유럽 발 재정위기로 유로존의 재정정책 주권과 화폐주권이 분리되는 치명타를 입었다.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유로화가 달러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엔화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세계 무대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유로화와 엔화를 제외하고 남는 것은 중국 위안화 뿐이다. 최근 들어 위안화에 대한 수요도 세계 각국에서 거세지고 있다.
얼마 전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외환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를 외환으로 보유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주요통화 가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불안정한 경제정세 속에서 외환보유자산 가치 하락을 막아 자국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미달러와 유로화를 각각 80%와 15%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지리아 뿐만이 아니다. 러시아나 걸프지역 산유국을 포함한 기타 국가 중앙은행들도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등 외환보유자산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점차 중국의 국제 기축통화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은 경제·시장·인구 등 어느 규모로 보나 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매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정부가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지방정부 채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사실 현재 중국 정부나 가계 채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지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재정적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이하고 중앙 정부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국제 위험기준인 60%보다 훨씬 낮았다.
또한 중국이 사회나 정치적인 면에서 발전 전환기에 처해있는 만큼 불확실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남미 지역이나 아프리카만큼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바로 환율 자본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문제다.
2009년 4월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범적’인 만큼 아직도 위안화 무역결제액은 미 달러에 비해 초라하다. 인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위안화 무역 결제액은 총 445억5000만위안에 그쳤다.
따라서 이번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지역 확산 정책은 향후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중국정부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위안화의 국제화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며 달러화와 같은 국제통화가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baeinsu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