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간에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4일 롯데호텔에서 아주경제 주최로 열린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 환구재경연구원장 오찬강연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명헌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정부가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선공(?)했다. 강 위원은 "미국도 올 전반기 낙관적인 성장전망을 내놨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 내외에서 5.8%로 상향 조정한 데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정부 전망은 한은이 최근 수정 전망한 5.2%보다 0.6% 포인트 높다.
이에 대해 박철규 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은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5.8% 성장률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과 정부는 체감경기를 둘러싼 인식에서 확연히 대비됐다. 강 위원은 "아무리 성장률이 좋게 나타나더라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서민들이 볼때 부자들만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 '서민생활 개선'을 하반기 주요과제로 제시했음을 들어 물러서지 않았다.
강 위원은 그러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경제운용방안에 담겨 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실장은 "정부도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여러 대안을 구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경제운용방안에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민체감경기 개선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지속하겠다는 것.
한편 윤증현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통해 올해 성장률과 관련 "하반기에는 전년도의 기저효과 등으로 성장률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함께 고용목표를 당초 25만명에서 약 5만명 늘어난 30만명으로 늘려잡았다. 다만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2.9%로 당초 전망과 같은 수준을 내다봤다.
성장률은 대폭 올린 반면 물가인상률은 당초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이같은 인식대로라면 출구전략(기준금리 인상) 조기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명헌 위원이 성장률 목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도 물가불안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중수 한은총재도 최근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6개월째 2.0%로 동결하면서도 자산버블 우려를 표명해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예상대로 올해 중앙은행의 중기물가안정선인 2.5~3.5% 이내로 소비자물가가 관리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의 당위성은 그만큼 낮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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