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경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상존한다. 나는 비관파에 속한다.
내년 1분기 또는 2분기 중에 2번째 경제 위기가 올 것이며, 유럽에서 더 큰 위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문제는 정부가 큰 돈을 들여 국가 경제를 지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국내총생산(GDP)라는 돌을 밀면서 채무라는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채무의 경사는 점점 더 가파라지고 있다.
관건은 GDP의 증가속도가 채무의 증가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을 보면 올해 1분기에 GDP가 3~3.5% 증가했는데 그쳤지만 채무 증가 속도는 이보다 컸다. 미국은 GDP를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경제의 효율성이 떨어트리고 있다.
과다한 국채 발행으로 채무가 누적되고 있으며, 유럽의 재정위기와 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이 시기를 2012~2014년이라고 예측한다. 호흡기를 달고 강력한 정부의 부양책에 연명하는 게 미국 경제의 현실이다.
5월 미국의 신용 신규채용은 30% 가까이 하락했다. 경제 회복 과정서 취업률 하락은 취약점을 확대할 수 있다. 집값이 아무리 내려도 수입이 없으면 구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20년대 대공황 이후 80년간 미국의 채무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도 회사와 같다. 회사의 전체 채무량과 그 회사가 매년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을 보면 그 회사가 건전한 지를 확인할 수 있다.
대공황기 미국의 부채는 GDP의 300%에 달했다. 채무를 경감하는 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350%에 달하고 있다.
'화폐전쟁1'을 썼을 당시인 2007년 미국의 민간부채와 국가부채는 48조 달러였다. '화폐전쟁2'를 쓴 2009년에는 총 부채가 57조 달러로 10조 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GDP는 1조1000억 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런 정부가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미국은 2012년 진정한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누적된 채무를 2012년부터 상환해야 된다. 갚아야 할 금액이 9조 달러를 넘는다. 미국 금융시장을 봤을 때 9조 달러를 조달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달러화를 타이타닉에 비유했다. 타이타닉호는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고, 배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진작하는 것은 근본적인 위기 해결 방안이 아니다.
미국은 무역 적자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의 무역 결제 수단이나 교환 수단이 된다면 그 화폐는 계속 국외로 나가야 돼 무역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흑자를 기록하면 전세계의 달러가 미국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 적자는 필요악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화폐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나는 금이나 탄소 배출권을 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금은 실물이기 때문에 평가절하되지 않고, 탄소 배출권을 탄력적 재화다.
각국이 연합해 새로운 화폐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달러화, 유로화, 새로운 화폐가 경쟁을 벌이는 구도도 발생할 수 있다.
유럽 문제는 심각하다. 동유럽 국가에서 단기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넘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 태국의 GDP 중 단기부채 비율이 35%였다. 즉 35%가 한계점이란 얘기다. 현재 다른 유럽 국가들도 35%에 근접하고 있다.
대차대조표상에서 부채를 수입으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동안 금융구제는 부실 자산을 정부가 가져가는 전환에 불과했다.
구제금융은 실업을 막고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지만 결국 자산의 거품을 늘리는데 급급했다. 이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취업이 늘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부채는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투자를 늘리는 등의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하지만 부채가 소비에만 쓰인다면 돈은 다 써서 없어질 것이다. 부채는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전자의 경우 경제 발전에 유효하지만 후자는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부채의 72%를 소비에 쓰고 있다. 저축을 하지 않는 풍토는 국가 전체적인 부채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현재 중국 부동산의 문제는 거품이 아니라 공실률이다. 이는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전체 가구 중 6500만 가구의 계량기가 돌지 않고 있다. 이 집들은 비어있다는 의미로 인구로 환산하면 약 2억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자원을 투입해 지은 집이 비어있다는 것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건설비를 벤처 기업이나 IT기업 지원에 썼다면 상당한 일자리가 창출됐을 것이다.
중국이 공실율을 줄이지 않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인구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이 일었던 1942~1960년대 출생자가 이제 점차 노인이 되고 있다. 소비가 가장 왕성한 시기는 48세다. 이후에는 소비를 줄여나간다. 베이비붐 세대가 이 시기를 맞았기 때문에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1999년 일본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있었다. 이 시기 일본에서 경기 부양책을 쓰며 금리를 인하해서 제로금리로 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노령화였다. 노인들은 신용대출을 받거나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미국·일본·유럽은 2001년부터 인구가 동시에 노령화됐다. 중국은 2015년에 인구효과가 사라진다. 중국은 경제 발전 구조를 바꿔야 한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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