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바닥 수준인데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도 있지만 조선 시황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선복량 과잉, 선박금융 시장 경색 등을 이유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기지개 펴는 신조시장"
하반기 전망을 밝게하는 주된 이유는 선가다. 현재 선가는 최고점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비록 컨테이너의 1TEU당 선가가 1998년 이후 최저점 수준인 1만7000달러 선을 지지하다가 최근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지난 2~3년간 이어진 '선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한다.
또한 유가 및 철광석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 선사들의 선대 확장 욕구를 충분히 자극할 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선종별 수주 비중은 벌크선이 76%로 압도적이며, 3월 이후 탱커선 및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수유도 살아나고 있다.
박승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사들의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유동성 확보가 끝나면 하반기부터는 의미있는 발주 재계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주춤했던 해양플랜트 발주도 하반기에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해양시장 조사분석기관 'IMA'는 향후 5년간 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설비(FPSO) 투자액을 730억 달러로 예상했다.
한국산업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2010년 경제ㆍ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원유 및 가스 시추ㆍ생산 시설인 해양플랜트 시황이 좋아지고 있어, 하반기에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
반면 최근 수주 회복세는 지난해 유례없는 수주가뭄으로 의한 착시 효과일 뿐, 여전히 불황 국면에 있다는 게 낙관론의 경계하는 이들의 시각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올해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량은 8년 전인 2002년 수준에 불과하다"며 "해운업계의 높은 정박 비율은 이미 선박시장의 공급과잉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즉 '황금시절'인 2006~2008년 사이 과잉 발주됐던 물량들이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으로 있어 선박 공급과잉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운사들의 대규모 발주를 기대하기 힘든 요인이다.
선박금융이 얼어붙은 점도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선박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큰 타격을 받은 유럽계 은행들의 대출여력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선주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이미 발주한 선박에 대한 건조자금 집행이 올해만 1455억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박금융이 신조 시장 개선에 큰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종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업체 매출 및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매출 및 수익성 하락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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