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언행 하나하나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인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향후 삼성의 행보를 짐작케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재용에 대한 일각의 시각은 차가울 정도로 야박하다. 특히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법적논란 등을 이유로 그를 평가절하한다. 재계에서도 아직 그가 보여준 것이 없다는 이유로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2005년 승지원에서 이건희와 면담을 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에 따르면 이재용이 이끌어갈 삼성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이건희는 좀처럼 회사에 출근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병철이 살던 승지원에서 집무을 본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승지원은 중요한 인사들을 영접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 칼리 피오리나 HP 전 CEO 등 해외 주요 인사들도 승지원을 들러 이건희와의 면담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거물급 예술계.학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종종 이뤄진다. 그리고 큰 일이 없는 한 이건희는 장남인 이재용을 항상 대동한다. 이건희와 유명인사들의 만남은 대중에 알려지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앨빈 토플러와의 면담 역시 비공개로 묻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면담 후 출국을 앞둔 앨빈 토플러가 면담을 주선한 미국 타임지 한국 특파원에게 이재용에 대한 언급을 함으로써 대중에 알려졌다.
그는 "삼성의 오너 경영에서 다음 수장은 이재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은 복이 많은 기업이다. 삼성의 미래는 밝다"라며 이재용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자신과의 대화에서 높은 소양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대 자신의 대표적 저서인 '제 3의 물결'을 통해 향후 20~30년 내에 정보화 물결이 일어날 것을 예언했다. 신용카드 사용, 은행 업무의 전산화, 재택근무의 도래와 우주 산업과 유전자 산업의 눈부신 발달 등을 예견한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그러한 그가 이재용이라는 인물을 거론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이재용 개인은 물론 삼성과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이다.
삼성 그룹 임원 등 이재용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벌 3세답지 않게 소탈하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양이 몸에 배어 있다', '예의바르고 성실하다'는 것이 이재용에 대한 설명이다.
이재용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그가 청소년기를 보낸 경복고등학교 동창생들의 회고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1984년 경복고등학교는 대대적인 시설 보수에 나섰다. 새 건물들이 들어섰으며 모든 교실에 삼성전자 컬러 TV가 들어섰다. 교내 방송국도 새롭게 생겼으며 당시로는 최첨단 교육이라 할 수 있는 아침 TV 수업도 진행했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용이 삼성 이건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학생들은 전혀 없었다. 학업성적도 우수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반장을 지냈다. 동창들은 하나 같이 이재용이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용의 경복고 동창생은 "이재용이 부자집 아들이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삼성 오너 일가의 외아들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며 "말수도 적은 편이고 수업 시간에도 묵묵히 열중하는 차분한 친구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는 아버지인 이건희의 학창시절과도 비슷하다. 이건희는 고등학교 시절 럭비부와 레슬링부에서 활동했다. 운동을 통해 그는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또래들과 함께 땀 흘리고 호흡했다. 운동을 그만 둔 것 역시 집안의 반대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건희는 당시 다시 운동부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급생들은 이건희가 삼성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재용은 최근까지도 고교 동창생들과의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은 삼겹살 집 등 대중적인 주점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수준이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가 많은 만큼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는 편안한 만남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전히 친구 부모님의 상을 직접 챙기는 등 청소년기를 함께 지낸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그와 함께 타지생활을 한 인사 역시 이재용에 대해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소탈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와 유학생활을 함께 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재용과 만나면서 대기업 오너일가에 대한 선입견을 바꾼 사람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재용은 다방면에 걸쳐 박학한 지식을 갖고 있어 한국인 유학생들과의 대화를 주도했다"며 "특히 대학시절 동양사학을 전공해서인지 역사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고 회고했다.
이재용과 만난 사람들은 그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미 삼성의 후계자인 그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느 재벌 3세들과는 달리 이재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소문이 나오지 않는 것은 최소한 이재용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남용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어린 시절 그를 지켜본 동창들과 보스턴 유학 생활을 함께한 지인들은 그가 자신의 신분에 도취되거나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그가 직접 CEO로 나서서 경영을 책임진 사례가 없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검증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e삼성의 경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당시 벤처기업들 가운데 1% 내외만이 생존에 성공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e삼성 사업부분 가운데 크레듀는 교육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을 했으며 시큐아이닷컴도 중견 정보보호 전문기업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의 신성장동력 가운데 상당 부분에 이재용이 관여한 것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는 이미 마무리 단계다.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에서 최대주주가 수장이 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미래 삼성을 이끌어갈 것이 확실해 보이는 이재용을 흔드는 모양새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미 삼성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큰 기둥으로 성장했다.
20여년 전 오늘날을 정확히 예측한 앨빈 토플러는 이재용에 대해 극찬했다. 그리고 이재용이 삼성을 도맡기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은 "삼성의 미래는 밝다"는 앨빈 토플러의 예상이 맞기를 기대하면서 이재용의 경영활동을 따뜻하지만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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