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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영 포커스] '마초 기업' 지멘스, "여성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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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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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지멘스는 독일 백인 남성의 기업이다."

독일 최대 전자ㆍ전기업체 지멘스의 피터 뢰셔 최고경영자(CEO)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지난 2007년 1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멘스의 첫번째 외국인 CEO로 등극했다. 그가 취임하자 마자 지멘스의 정체성을 확인한 것은 이 회사의 기업 문화가 그만큼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멘스를 비롯한 독일 기업들은 유럽에서 여성 및 외국 인력 활용도가 가장 낮은 편이다. 독일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비금융권 200대 독일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멘스는 최근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다. 인력의 다양성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특히 이사회가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멤버들로 채워지면서 기업 이미지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지멘스가 인력 면에서 독일 기업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멘스는 최근 임원급 이사 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지멘스는 독일 남성만 집착하던 데서 벗어나 8명 가운데 6명을 여성(4명)과 외국인(2명)으로 채웠다.

지멘스는 단순히 여성이나 외국인 출신 인사를 채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전사적 차원에서 여성 임원들을 위한 '멘토링네트워크'를 구축, '기업다양성 홍보 대사' 100명을 꼽아 전 세계 지점에 파견한 것이다.

FT는 지멘스가 창립 때부터 고수해온 보수적인 인재관을 포기한 것은 외부 압력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 속에 외국인 투자자의 입김이 세진 데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독일 정부의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기업가에 불고 있는 세계화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다양성만한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미국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42%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규모 인력난도 지멘스가 다양한 출신의 인재들에게 눈을 돌린 이유로 꼽힌다. 엘크 홀스트 DIW 연구원은 "독일의 노동 인구는 2015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경고했다.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남성과 여성간 노동 인구 격차는 오는 2040년 2400만명으로 늘어나지만 남녀간 고용평등이 이뤄지면 격차를 300만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고용시장에 2100만명의 새로운 노동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에 포함된 30개 독일 대기업 중 임원으로 여성을 채용한 기업은 지멘스와 SAP, 이온 등 3곳뿐이다.

화학제조업체인 SKW홀딩의 아인스 콤시 CEO는 "기업들이 여성 임원 채용을 꺼리는 것은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말뿐인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일정한 수의 여성 직원 채용을 의무화하는 고용쿼터제 도입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기업위원회의 반대에 부닥쳐 기업 내에 다양한 인력의 채용을 독려하는 고문위원회를 설치하는 쪽으로 내용이 축소됐다.

FT는 독일 기업가에 여성 임원 채용을 꺼리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정치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1977년까지 남성이 여성 배우자의 노동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을 법으로 보장했다.

FT는 다만 새로운 세대의 임원들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다양성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찾았다. 구체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독일 경영대학원의 여학생 비중은 30여년 전 11.6%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절반에 가까워졌다. 지멘스만 해도 35세 이하 중간 간부 가운데 여성 비율이 30%에 달한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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