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포스코의 가격 인상에 따른 철강업체들의 고민이 깊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스코가 가격을 인상하면 잇따라 동일한 폭의 가격 조정에 나섰던 철강업체들이 수요 부족과 건설사 워크아웃 등으로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전통적인 비성수기인 7ㆍ8월과 맞물려 3분기 실적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지난 22일 열연과 후판을 t당 5만원 인상한 90만원과 95만원, 자동차와 가전용 소재인 냉연코일 아연도금강판을 t당 5만5000원 오른 102만원과 112만원에 각각 출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3분기 원료 가격이 2분기 대비 평균 20%이상 인상돼 t당 11만~12만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가격 인상 폭은 6%에 제한한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포스코의 인상 방침에도 현대하이스코와 세아제강을 제외한 다른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포스코가 가격 인상을 발표 했을 때 현대제철·동국제강 등이 잇따라 동일한 폭의 가격 인상안을 내놓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철강업체들이 가격 조정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이번 인상 요인이 수요 증가가 아닌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포스코의 인상 결정은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하는 상황에 밀려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지난 4월의 인상과는 다른 양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철강 가공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인상 폭과 발표 시기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수익성을 고려하면 이들 업체들은 포스코보다 인상폭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수요 업체들의 반발로 인상폭을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보다 상승폭을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 업계 불문율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지 못했음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 특히 전통적인 비수기를 앞두고 있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2분기 실적이 좋다고는 하지만 불황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것이지 평균보다는 밑도는 실적이고 회복세는 둔화되는 상황"이라며 "3분기 가격 인상이 반드시 실적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불어 닥친 건설업계 워크아웃 바람도 철강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 중 건자재 비중이 60%에 달하는 동부제철은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내부적으로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최근 건설 시장의 악화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철강업체들이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부담을 떠안고 있기에는 포스코의 가격 인상폭이 너무 커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업계 관계자들은 빠르면 이달 안으로 늦어도 내달 초에는 인상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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