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 K옥션 대표 "그림값은 한 나라의 국격에 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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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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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지난달 9일 서울 신사동 K옥션 경매장. 김환기의 '21-Ⅴ-68 #21'가 한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가는 1억 6000만원. 직접 경매사로 나선 김순응 K옥션 사장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외쳤다. "요즘 중국, 홍콩, 대만 큰 손님들 무섭습니다."

미국과 함께 G2로 자리잡은 중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올라섰다. 국제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중국은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각지에 퍼져있는 화교들은 이제 국내 미술경매 시장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가장 실감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김순응 K옥션 사장일 것이다.  5월말 아시아옥션위크(AAW), 6월초 메이저 경매 등 최근 바쁜 일정을 보낸 그를 신사동 사옥에서 만났다.

   
 
김순응 K옥션 사장은 23년간 금융권에서 몸 담았던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1년에 4번 있는 K옥션 메이저 경매 모두 그가 직접 주관한다.

"그땐 제가 좀 흥분해서 말했죠(웃음). 하지만 김환기 작품이 고가에 전화응찰로 중국 손님에게 팔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김환기는 젊은 작가가 아니라 이미 수년전에 작고한 작가입니다. 이 작품을 고가에 가져갔다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우리나라 미술작품에 대한 혜안이 있다는 뜻이죠. 중국 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에도 자금력이 있는 화교들이 많습니다. 국내 미술경매 시장에 미치는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겁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와 구매력이 작기 때문에 일단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최근 열린 중국 폴리옥션에서 글씨 1점이 770억원에 팔렸습니다. 이날 총 낙찰가는 5800억원. 역사가 250년 된 소더비와 크리스티 낙찰가는 보통 3000억~3500억원 정도입니다. 폴리옥션은 창립된지 5년 밖에 안됐거든요. 서울옥션과 K옥션 1년 낙찰가를 합친 750억원 보다 글씨 1점 값이 더 비싸니 중국 미술경매 시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미술 시장에도 중국이라는 아이콘이 급부상한거죠."

하지만 김 사장은 자국 작가의 작품이 해외 컬렉터들에게만 낙찰되는 현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미술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작품 안 삽니다.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죠. 그림값은 한 나라의 국력그리고 자존심과 정확하게 비례합니다. 중국의 자긍심은 매우 강해서 국내 작가의 작품은 국내에서 팔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우리나라는 작품 가격이 오르면 작전이니 투기니 말이 많은데,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술산업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보십쇼. 바로 우리 국민들이 사줬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특히 그는 내년부터 미술품에 양도세를 매기는 것에 대해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양도세를 매기려면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인력 뿐만 아니라 미술품 하나하나를 데이타베이스(DB)화 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오히려 이에 대한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양도세 거둬봤자 10억 밖에 안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나 작기때문에 양도세를 매긴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금융권에서 23년간 일했던 경력만큼 그는 경매 물품을 다양화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운영비도 최소화해 K옥션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계, 보석 등 경매 물품을 보다 다양화할 생각입니다. 6월 경매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보통 미술품 고객들과 겹치는 경우가 많죠.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물품을 선보이고 경매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운영비도 줄여 회사 내실도 다질 계획입니다. 홍콩은 싱가포르 물가의 3배 정도 비쌉니다. AAW 경우, 4개국이 연합했기 때문에 비용은 줄이고 홍보는 극대화하는 효과를 누렸죠.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경매사도 양성하는 등 미술경매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김순응 사장은..

1953년  충북 진천 출생
1972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78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2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경영학 석사(MBA)
1992년  하나은행 종합기획부장
1996년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장
1999년  하나은행 홍콩지점장
2000년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2001년~2004년 서울옥션 대표이사
2005년~현재  K옥션 대표이사

저서 : 미술시장의 봄·여름·가을·겨울, 돈이 되는 미술, 한 남자의 그림사랑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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